일본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사진) 도쿄 도지사가 25일 지사직을 그만두고 신당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시하라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까지 도쿄 도를 위해 일했지만 이제는 일본을 위해 일하겠다”며 “오늘로 지사직을 사임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당을 만들어 동지들과 (의회에) 복귀하려고 한다. 신당 결성은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차기 중의원 선거를 목표로 보수세력을 결집한 신당을 만들고 스스로도 선거에 입후보할 계획이다.
이시하라 지사가 만들 신당에는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대표가 이끄는 우익 정당 ‘일어나라 일본’ 소속 의원들이 정당 해산 이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하라 지사는 “‘일어나라 일본’에 소속된 정치 지망생 30∼40명이 신당의 유력한 총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히라누마 대표 등 4, 5명이 신당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시하라 신당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일본유신회와도 공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시모토 시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시하라 신당에 대해 “함께 다양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해 공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시하라 지사는 올해 8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인이 강제 연행했다는 증거가 없다. 어려운 시절 매춘은 이익이 남는 장사”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은 극우주의자다. 영토 문제에 강경한 그는 핵무장 등 재무장을 외치기도 한다.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헌법 9조) 개정도 주장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도쿄 도가 매입하겠다고 발표해 정부의 국유화 조치를 촉발했고 중국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후에도 센카쿠에 대한 실측조사를 위해 도쿄 도 공무원을 센카쿠 인근 해역으로 파견하는 등 끊임없이 중국을 자극했다. 최근 중-일 관계가 급랭한 것은 이시하라 지사의 강경한 대중 정책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시하라 지사는 1999년 도쿄 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입후보해 당선된 뒤 내리 4선에 성공했다. 과거 자민당 시절 참의원과 중의원 의원, 환경청 장관, 운수상(현 국토교통상) 등을 지냈다.
이시하라 지사의 돌연한 사임으로 수도인 도쿄 도의 행정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 도는 2020년 여름올림픽 유치를 선언하고 스페인의 마드리드, 터키의 이스탄불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시하라 신당 창당은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 경향을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1 야당인 자민당은 지난달 당 총재 경선에서 우익 정치인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승리했다. 신세대 우익 정치인인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도 지난달 중앙 정당인 일본유신회를 창당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역시 ‘민주당 내 보수’로 꼽힌다. 일본 정치권의 주요 지도자들이 대부분 보수 우익 인사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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