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어용 작가에 줬다”… 모옌 수상 놓고 中 안팎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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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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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설가 모옌(莫言·57·본명 관모예·管謨業·사진)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두고 중국 안팎에서 ‘어용 작가’에게 상을 줬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체제 순응적이라는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모옌은 중국 반체제 인사로 수감 중인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조기 석방을 공개적으로 희망했다.

12일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필명 ‘베이펑(北風)’으로 활동하는 중국의 유명 블로거 원윈차오(溫雲超)는 “온몸에 × 묻힌 사람이 제아무리 훌륭한 요리를 만들었다 해도 사람이 삼키기가 쉽지 않다”고 비난했다. 모옌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작가협회의 부주석이며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주요 인사라는 점을 비판한 것.

그는 노벨상 발표에 앞서 노벨위원회에 모옌의 수상 가능성에 항의하는 e메일을 보냈다. 앞으로도 위원회가 상을 취소할 때까지 계속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망명한 중국 반체제 작가 위제(余杰)는 모옌에 대해 “류샤오보가 2년여 전 중형을 선고받을 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올해 마오쩌둥(毛澤東)의 옛 문장을 중국 작가 약 100명과 함께 필사하는 등 독립적인 작가가 아닌 중국 공산당에 아첨하는 어용 문인”이라고 비꼬았다.

미국에 망명한 반체제 인사 웨이징성(魏京生)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작가로서 모옌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중국에는 훌륭한 작가가 많다”며 “노벨위원회가 중국 공산당 정권을 기쁘게 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는 “그는 늘 권력의 편에 선다”며 모옌을 ‘정부의 봉’이라고 깎아내렸다.

인터넷에는 모옌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풍자해 노벨상 메달에 들어 있는 노벨의 입에 검정 테이프를 붙인 사진이 돌고 있다. 모옌은 적극 반박하고 있다. 그는 이런 비판을 일축하면서 “그 사람들(비판자들)이 내 책을 안 읽은 모양”이라며 “공산당과 관계가 가깝다고 노벨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모옌은 덧붙여 “류샤오보가 가능한 한 빨리 석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류샤오보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격렬히 반발했던 중국 당국을 당혹하게 하는 발언이다.

선전 문화 등 이데올로기를 담당하는 리창춘(李長春) 상무위원은 이날 모옌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내고 “모옌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중국 문학의 번영과 진보, 그리고 중국의 종합적인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이 끊임없이 향상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모옌#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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