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던 롬니 ‘빅 버드 해고’ 발언 역풍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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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때 국민캐릭터 언급… SNS 조롱 글-사진 넘쳐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3일 첫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공영방송 PBS의 유명 어린이 교육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캐릭터 ‘빅 버드’를 해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롬니는 3일 오후 7시에 시작된 TV 토론회에서 “PBS 방송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할 것이다. PBS를 좋아하고 빅 버드를 좋아하고 (PBS 소속 토론진행자인 레러) 당신도 좋아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빌린 돈을 계속 쓰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롬니의 ‘작은 정부’ 철학에 기초한 발언이다. 롬니는 이날 “지나친 정부 지출과 세금 부과로 상징되는 ‘큰 정부’가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며 “외국에서 빌린 돈으로 지출을 늘리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정부 지출로 경제를 살렸던 사례를 인용하며 정부의 역할이 불황 타개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롬니가 ‘작은 정부’를 강조하기 위해 거론한 ‘빅 버드’가 1969년부터 TV에 등장해 성인들에게도 친숙한 캐릭터여서 정부 지원금 중단 대상으로 그리 적절치 못했다는 것. 토론회 직후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롬니의 발언을 조롱하는 글과 사진이 넘쳐났다. 롬니의 발언 직후 누군가 만든 ‘해고된 빅 버드’라는 이름의 트위트 계정(@FiredBigBird)에는 팔로어가 순식간에 9900명이나 생겼다.

43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6세인 빅 버드는 4일 오전 세서미 스트리트의 공식 트위터에서 “보통 7시 45분에 자는데 어젯밤에는 정말 피곤해서 7시에 잠들었어요. 내가 뭐 놓친 것이 있나요?”라며 롬니의 발언을 조롱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덴버에서 연설 도중 “빅 버드가 재정 적자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어젯밤에 알게 됐다”고 비꼬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위터에도 같은 내용을 남겼다.

PBS도 이날 성명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 지출은 예산의 0.01%밖에 되지 않는다”며 “롬니가 공영방송의 가치와 성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원금이 끊겨도 세서미 스트리트 방영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작비 대부분이 기업체의 후원으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롬니#빅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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