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센카쿠 사정권 탄도미사일 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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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은 美와 합동 상륙훈련 공개
中 양국 수교행사 일방 연기 속… 25일 유엔총회서 대화 가능성도

중국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사정권에 둔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자국 내 섬이 침공 받는 상황을 가정한 미일 연합 군사훈련을 공개했다. 중국은 27일 베이징(北京)에서 열 예정이던 중-일 국교정상화 40주년 기념식을 연기한다고 23일 전격 통보했다.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 분쟁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양국 정부 모두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어놓고 있어 이번 주가 장기 대치냐, 완화 국면으로 가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친중 매체인 원후이(文匯) 보는 23일 러시아 군사매체를 인용해 중국이 푸젠(福建) 성 내륙에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둥펑(東風)-21C를 실전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배치 시기와 구체적인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동부 연안에 신형 탄도미사일 체계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 신문은 밝혔다. 둥펑-21C는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며 사거리가 2000km에 달해 센카쿠 열도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배치는 센카쿠 문제에서 물리적 충돌이나 군사적 억제력 확보를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군사적 대응과 병행해 센카쿠 영유권 확보를 위한 행정조치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달 초 해양위성을 통한 영해 감시 계획을 밝혔던 국가해양국은 23일 무인정찰기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인기는 공중에서 16시간 이상 체류하며 10cm 크기의 목표물을 파악하는 기능을 갖출 계획이다. 이에 앞서 국가해양국은 21일 센카쿠와 주변 섬에 있는 산 및 계곡의 중국 이름도 공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일본 해상보안청 요원 10여 명이 대만 활동가의 접근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열도에 미리 상륙해 대기한 행위에 대해 대변인 명의로 23일 강력 항의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중국은 댜오위다오 문제에서 반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3일 괌 등에서 벌이고 있는 미일 도서방위 연합 군사훈련 모습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21일부터 37일 동안 진행되는 이번 훈련은 역대 처음으로 일본의 섬들이 공격당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특히 이번 훈련은 미일 상호방위조약을 구체화하는 ‘방법론’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센카쿠가 중국의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바로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양옌이(楊燕怡) 중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 부장조리(차관보급) 등 당 간부들이 중-일 정당 간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4일부터 나흘간 일본을 방문하는 등 고위급 대화 채널이 다시 열릴 조짐도 보인다. 25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도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과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

중-일이 격한 대치에도 불구하고 고위급 접촉 가능성을 열어 놓은 건 대화를 통한 사태 봉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음을 암시한다는 해석이 있다. 미국에 서버를 둔 반중 인터넷매체 보쉰(博訊)은 23일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이달 1일부터 2주일간 잠적했을 때 차기 정부의 인사 문제와 함께 일본과의 영토 갈등 해법 마련에 주력했다고 보도했다. 군사행동을 준비하는 동시에 외교적 해법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센카쿠#중일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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