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주재 美대사 피살 후폭풍]“24시간전 복수 지시… 중무장 단체, 시위 틈타 공격 감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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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기획테러 관측

‘단순 우발 사태인가, 아니면 배후가 있는 기획테러인가.’

미국 정부는 리비아 벵가지의 미 영사관 피습이 ‘9·11테러’ 11주년을 겨냥한 이슬람 무장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12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에 “시위대가 벵가지 미 영사관 공격에 박격포와 로켓추진총유탄을 준비했고 알카에다 리비아 총책인 아부 아하알리비의 사망에 복수하라는 알카에다의 지시가 테러 발생 24시간 전에 떨어지는 등 이번 공격이 사전에 기획됐다는 징후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미 정보당국은 반이슬람 영화에 격분한 시위대가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비무장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것과 달리 벵가지에선 로켓추진총유탄까지 갖추고 나왔기 때문에 사전에 기획된 테러로 파악하고 있다고 CNN 등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현재까지의 정보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긴 어렵지만 조직화된 그룹이 반이슬람 영화에 격분한 시위를 계기로 영사관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거나 자신들의 공격을 은폐하기 위해 일부러 시위를 촉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또 미 언론들은 시위대가 영사관 2층 안전지대로 피신한 스티븐스 대사를 쫓아가 사살한 것도 단순한 우발사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하원 정보위원장인 마이크 로저스 의원(공화·미시간)은 이번 공격이 사전에 기획된 것이었다는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로저스 의원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잘 무장된 단체가 정교하게 조직적으로 벌인 군사작전”이라고 말했다.

피트 훅스트라 전 하원 정보위원장은 “우리는 수년간 알카에다와 극단적인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9·11테러 기념일을 축하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어왔다”며 “시위대가 트리폴리가 아닌 스티븐스 대사가 머물던 벵가지를 겨냥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기획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익명의 정부 고위당국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공격자들이 이슬람교 모독 영화에 대한 비난 시위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연방수사국(FBI)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4명의 미국 국민 사망과 영사관 공격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며 “요원들은 국무부 관리 및 리비아 현지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국 BBC뉴스는 아마드 지브릴 주영국 리비아부대사의 말을 인용해 “이번 공격은 극단주의 단체인 안사르 알샤리아가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리비아#미국#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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