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맞춰 美공관 수류탄 테러… 무슬림 조롱 美영화가 발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무장세력 벵가지 영사관 습격… 카다피 추종세력 소행 추정
美 해병대 對테러 함대 급파… 美대사 피살 33년만에 처음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가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리비아 무장 시위대가 11일(현지 시간) 미 영사관을 공격해 미 대사와 관리 3명 등 4명이 숨졌다. 이집트에서도 미 대사관이 습격을 받아 성조기가 찢기고 불탔다. 지난해 ‘아랍의 봄’으로 리비아와 이집트의 수반이 축출된 뒤 정국이 수습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외교공관이 공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이날은 9·11테러가 발생한 지 11주년 되는 날이었다.

AFP통신은 11일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 대사(사진)가 리비아의 제2도시 벵가지에 있는 미 영사관에 들렀다가 총으로 무장한 시위대 수십 명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고 보도했다. 미 대사가 재임 중 살해된 것은 1979년 아돌프 더브스 아프가니스탄 주재 대사가 테러범들에 의해 사망한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사건 직후 와니스 알샤리프 리비아 내무차관은 “무장 세력은 무아마르 카다피를 추종하는 잔당들”이라고 밝혔다.

시위대는 유대계 미국인 부동산 개발업자인 샘 배슬 씨(52)가 만든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이라는 영화가 이슬람교 선지자인 무함마드를 비하하고 이슬람교를 폄훼했다고 주장했다. 총으로 무장한 시위대 수십 명은 총을 쏘며 미 영사관에 난입해 물건을 약탈하고 건물에 불을 질렀다. 일부는 수제폭탄과 로켓추진 총유탄을 쏘기도 했다.

올 5월 부임한 스티븐스 미 대사는 수도 트리폴리의 대사관에 있었으나 시위대의 공격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벵가지의 영사관으로 달려가 직원들의 대피를 돕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보안관리는 대사가 유독가스로 질식사했다고 말했다.

12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스티븐스 대사를 포함해 미국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벵가지의 우리 외교공관에 대한 잔학무도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 “전 세계의 외교공관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고 리비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은 이날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미 해병대가 리비아에 함대 대(對)테러팀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미 대사관 앞에도 최대 3000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무슬림의 순진함’에 대해 항의했다.

윤양섭 선임기자 lailai@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리비아#미 대사 사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