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민주 오자와계 “탈당”… 정권붕괴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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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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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비세 인상안 반대 의원 50여명 무더기 서명
노다 총리 단명 가능성 커

일본 집권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사진) 전 대표에게 동조하는 국회의원(중의원) 50명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소비세 인상안에 반대해 탈당계에 서명했다. 민주당의 집권 기반을 위협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이르면 9월 중 노다 총리는 또 한 명의 단명 총리 후보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22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오자와 전 대표는 21일 밤 도쿄(東京) 시내 한 호텔에서 계파 의원들과 회합하고 “정권교체 때 내걸었던 정책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정치가로서 판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르면 8, 9월에 선거가 불가피하다. 차선책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신당 결성 의지를 내비쳤다. 오자와 전 대표는 회합이 끝난 뒤 별실에서 의원 한 명 한 명과 면담하면서 탈당계에 서명을 받았다. 탈당계는 자신이 보관했다.

일본 언론은 소비세 인상안과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추가 합류로 탈당 의원이 많게는 6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탈당 의원이 54명을 넘어서면 현재 연립여당인 국민신당(3석)과 합쳐 292석인 민주당(289석)은 중의원 과반(239석)을 채우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여당 단독으로는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또 야당이 과반수 의결로 내각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 노다 총리는 열흘 안에 의회를 해산해 선거를 다시 치르거나 내각 총사퇴 발표를 해야 한다. 참의원에서도 19명 이상이 탈당하면 민주당은 자민당에 제1당 자리를 내주게 된다.

총리관저는 탈당 의원이 당초 예상인 30명을 크게 웃돈다는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노다 총리는 22일 중간파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당을 떠나지 말도록 설득에 나섰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26일로 연기된 소비세 인상안 중의원 표결은 탈당파가 반대해도 자민당과 공명당이 찬성하고 있어 통과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9월에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지난해 9월 2일 취임한 노다 총리는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않는 한 총리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은 2000년대 들어 5년 5개월간 장기 집권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를 제외하고 최근 6년간 모두 5명의 총리가 각각 1년 안팎만 재임하고 교체됐다. 일본의 잦은 총리 교체는 글로벌 리더십 실종 사태로 이어져 외교 관계는 물론이고 국가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으로는 노다 총리가 이미 중의원 해산을 각오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비세 인상안에 정치생명을 건 그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와 소비세 인상 동의를 조건으로 중의원 해산을 밀약했다는 것이다. 소비세 인상안 통과 후 새판을 짜서 정권을 이어가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오자와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쪽으로 급격히 방향을 튼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있다. 어차피 노다 총리와 결별해야 한다면 앉아서 죽느니 ‘반(反)소비세 인상, 반원전 재가동’을 기치로 신당을 만들어 다음 총선에서 뒤집기에 나서는 게 낫다는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오자와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면 신생당(1993년)→신진당(1994년)→자유당(1998년)에 이어 네 번째다. 정국의 고비마다 분당과 창당을 거듭하며 일본 정계 개편을 좌지우지해 온 그이지만 이번에도 승부수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오자와 전 대표가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생수로 빨래하도록 지시했다고 폭로한 부인 가즈코(和子) 씨의 편지 공개로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데다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 등 그의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도 정치적 연합에는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일본 민주당#정권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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