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前대통령 초상화는 조지 W로 시작, 조지 W로 끝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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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초상화 거는 행사 참석 부시… 시종 재치 있는 유머로 좌중 웃겨
오바마 “다채널 TV 남겨 감사”

“영국이 백악관을 불태웠던 1814년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 부인 돌리 매디슨 여사는 조지 워싱턴 전 대통령 초상화부터 먼저 챙겼습니다. 미셸, 백악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초상화는 당신 남편(버락 오바마 대통령) 것이라고 생각하고 챙겨줘야 합니다.”(웃음)

5월 31일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 웃음꽃이 만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와 두 딸,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 열린 행사에서다. 부시 일가 친인척과 백악관 전현직 참모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백악관에 전직 대통령의 초상화를 걸면서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초청하는 이 행사는 50년 동안 내려온 전통. 대통령 임기에 따라 4년이나 8년 만에 한 번씩 열린다.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시종일관 재치 있는 유머로 이스트룸을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오늘 이렇게 부시 가문의 14명을 초대해 ‘먹여줘서(feeding)’ 감사하다”고 인사한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초상화를 직접 가리키며 청중에게 윙크를 하면서 “아마 오바마 대통령이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 문제들과 씨름하며 서성일 때, 이 초상화를 바라보면서 ‘조지,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물어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에 내걸린 전직 대통령 초상화들은 ‘조지 W’로 시작해서 ‘조지 W’로 끝나게 됐다”는 조크를 하기도 했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자신의 이름 철자가 ‘조지 W’까지 같은 것을 빗댄 발언이었다.

부인 로라 부시를 소개할 때는 “역대 최고의 퍼스트레이디”라고 치켜세운 뒤 옆자리에 앉아 있는 어머니 바버라 부시 여사를 향해 “엄마, 죄송해요, 두 사람이 똑같이 최고 퍼스트레이디라는 말에는 동감하시죠?”라고 말해 다시 한 번 좌중을 웃겼다.

로라 여사도 부창부수(夫唱婦隨)였다. 그는 “2008년 대선 직후에 친구가 필라델피아의 한 박물관 선물코너에서 산 로라 부시 인형을 보내줬다. 친구는 머리가 움직이는 이 인형을 ‘떨이 코너’에서 찾았다고 하더라”고 했다.

유머 실력이 결코 뒤지지 않는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만큼은 부시 전 대통령에게 밀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여기 백악관에 (여러 스포츠 채널을 감상할 수 있는) 프리미엄 스포츠 TV 패키지를 남겨놓고 가주어서 고맙다. 잘 사용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부시#초상화#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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