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극우정책 승부수’ 사르코지 캠프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외국인 혐오 테러 9일새 3건… 佛 테러경보 최고단계 첫 발령

프랑스 대선 1차 투표(4월 22일)를 한 달여 앞두고 선거운동이 전격 중단됐다. 인종차별 범죄로 의심되는 연쇄 테러 때문이다.

19일 툴루즈 유대인 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테러 사건과 관련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21일까지 유세를 중단하기로 했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도 20일 계획한 유세를 연기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9일 오후 모든 인터뷰를 취소하고 툴루즈를 방문했으며 밤에는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와 파리 3구의 유대교 교회당에 들렀다. 이어 20일 엘리제궁에서 유대인 및 무슬림 사회 대표들과 긴급 회동했다. 올랑드 후보도 이날 기업인 세미나를 취소하고 툴루즈를 방문했고, 동거인 발레리 트리르바일레 씨와 파리 유대교 교회당을 찾았다.

유세가 잠정 중단되면서 극우 캠페인을 펼치며 막판 역전극을 노려온 사르코지 선거캠프에는 비상이 걸렸다. 유대인 어린이까지 무차별로 저격한 총기 테러가 최근 이민자 절반 축소, 솅겐조약 탈퇴, 유대인 고유음식 표기 의무화 등 극우정책을 쏟아내 온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이 내무장관 시절 범죄와의 전쟁을 계기로 국민 정치인으로 부상한 점과 유대인과 무슬림 사회에 적극적인 제스처를 내놓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부정적 효과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정계는 특히 2002년 대선 1차 투표 3주 전 33세의 대졸 실업자가 실업난에 분개해 파리 서부 낭테르 시의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시의원 8명을 살해한 사건을 떠올리고 있다. 이 사건 뒤 실업난을 가중시키는 외국인 추방을 주장해온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 후보는 1차 투표에서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후보를 누르고 결선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19일 툴루즈의 유대인 학교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45구경 권총을 난사해 학교 교사 조나탄 상들레 씨(30)와 두 아들(3, 6세), 학교장의 딸 몽소네고 양(7) 등 4명을 숨지게 한 범인은 지난주 발생한 2건의 살인 사건 용의자와 동일범으로 추정된다고 수사당국이 밝혔다. 3건의 사건에서 모두 45구경 권총이 이용됐고 사용된 오토바이도 야마하 스쿠터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사건 현장이 찍힌 학교 폐쇄회로(CC)TV를 본 마담 야르디니 씨의 말을 인용해 “범인이 도망가는 몽소네고 양을 운동장 구석까지 쫓아가 머리채를 잡은 뒤 권총에서 총알이 발사되지 않자 총을 바꿔 머리를 쏜 뒤 달아났다”고 전했다. 프랑스와 이스라엘 이중국적 보유자인 유대인 희생자들 시신은 20일 밤 장례식이 치러질 이스라엘로 운구됐다. 이에 앞서 11일 툴루즈에선 북아프리카계인 30대 하사관이 괴한의 총격에 사망했고, 15일에는 툴루즈 북쪽 몽토방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북아프리카계 공수부대원 2명이 숨지고 카리브 해 출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범인이 외국인을 혐오하고 총기를 잘 다루는 전직 군인 출신 극우주의자나 신나치주의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툴루즈가 포함된 미디피레네 지역에 테러경보 진홍색(´Ecarlate) 단계를 발령했다. 테러경보 중 가장 높은 진홍색 단계 발령은 프랑스에서 처음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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