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내달 광명성3호 로켓 발사”]北 로켓 카운트다운… 美 “약속 깨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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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내달 12∼16일 중 실용위성 광명성 3호 발사”
미사일 금지 합의 16일만에 파기… 美 “매우 도발적”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4월 15일)을 맞아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16일 발표했다. 2009년 4월 ‘광명성 2호’를 발사한 지 3년 만이다. 이에 한국과 미국은 “지역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북한이 이런 경고에도 장거리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북-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발표는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기로 한 ‘2·29 북-미 합의’를 불과 16일 만에 파기한 것이며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를 위반한 것이다. 인공위성과 장거리미사일은 모두 장거리로켓 발사 기술을 이용하는 것으로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북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통해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게 된다”며 “평화적 우주이용 기술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광명성 3호는 극궤도를 따라 도는 지구관측 위성으로 운반 로켓 ‘은하 3호’는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4월 12∼16일 사이에 발사된다”며 “위성발사 과정에서 생기는 운반로켓 잔해물들이 주변 국가들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비행궤도를 안전하게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1998년 8월 31일 ‘광명성 1호 위성(대포동 1호)’을 발사한 데 이어 2006년 7월 4일 ‘대포동 2호 미사일’, 2009년 4월 5일 ‘광명성 2호 위성’을 발사했다.
▼ 美 “北에 또 속았다” 부글… 이란核 맞물려 강경대응 부담 ▼

미국은 북한 발표 후 6시간 만인 이날 오전 4시 45분(현지 시간)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 명의의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국제적인 의무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계획은 매우 도발적이다”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 성명은 “유엔안보리결의안 1718호와 1874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미사일 발사를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다”며 “북한이 최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에도 어긋난다”며 ‘2·29 합의’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북한이 관련된 모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포함해 국제적인 의무를 준수하기를 촉구한다”며 “미국은 국제 동맹국들과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성명은 웹사이트상에서 오전 6시 반경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명의로 바뀌었으나 국무부는 기술상 오류라며 다시 대변인 명의로 정정했다.

한국 정부도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로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적 행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도 이날 오후 재외동포언론인 간담회에서 “앞뒤가 잘 맞지 않는 중대한 도발 행동으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예상치 않았던 북한의 합의 파기 시도에 크게 당혹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양국이 지난달 29일 평양과 워싱턴에서 합의 결과를 동시에 발표한 지 불과 16일 만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2·29 북-미 합의에는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발사의 모라토리엄(유예)에 동의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외교 소식통은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미국은 북한에 사기당했고 배신당했다”며 “다만 미국으로서도 대응 방안을 당장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일단 한국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하도록 강한 메시지를 보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제시한 발사 예정일까지 아직 한 달 정도 외교적으로 대응할 시간이 남아 있다”며 미국 내의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정부도 청와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아래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임성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통화를 하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를 막기 위해 추가 식량지원 같은 ‘당근’을 더는 제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같은 말(馬)을 세 번 사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미국이 또다시 북한의 노림수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에 또 속았다”며 거칠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미 관계를 원점으로 되돌릴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현재 이란의 핵개발 제재에 주력해야 하는 탓에 외교적 여력이 많지 않고, 연말에는 대선도 치러야 한다. 간신히 관리 국면으로 진입했던 북-미 관계의 ‘판’이 깨질 경우 북한이 핵실험 같은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 미국이 이번 북한의 발표를 당장 ‘합의 파기’로 규정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최강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이 이번 일로 북-미 합의를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직 로켓이 발사되지 않은 만큼 대화를 통해 계속 북한을 설득하고, 북측의 추가 식량지원 요구도 명분을 달리해 받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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