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원들, 세금으로 제 잇속 챙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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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빌딩 앞에 경전철 추진하고… 별장 해변에 630만달러어치 모래 채우고…
WP, 상하의원 435명 조사 “공공사업 교묘하게 악용”

미국 공화당의 잭 킹스턴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조지아 주)은 2008년 공공기금 630만 달러(약 70억5000만 원)를 자신의 해변 별장이 있는 타이비 섬 해변 270m에 모래를 다시 채우는 데 사용했다.

하원의장을 지낸 민주당 낸시 펠로시 의원(캘리포니아 주)은 샌프란시스코의 유니언 스퀘어와 차이나타운을 지나는 거리에 50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경전철을 놓는 예산을 확보했다. 펠로시 의원의 남편은 유니언 스퀘어에 4층짜리 상업용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7일 상하원 의원 435명을 대상으로 본인이나 가족의 재산과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 특별 책정(earmark)’을 통해 확보한 예산이나 공공기금 등이 사용된 프로젝트를 비교한 결과 ‘공공사업’을 명분으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조사 결과 2008년 이후 33명의 하원의원이 자신의 부동산과 2마일(약 3.2km) 안팎의 거리에서 진행되는 공공사업에 특별 책정한 예산이 총 3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공화당의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앨라배마 주)은 1억 달러 이상의 연방 자금을 자신의 상업용 빌딩이 있는 터스컬루사 타운의 개조 사업에 썼다. 공화당의 캔디스 밀러 하원의원(미시간 주)은 자신의 집 인근에 자전거 도로를 늘리는 데 48만6000달러가 추가로 투입되도록 했다.

또 16명의 상하원 의원은 자신의 배우자나 자녀, 부모가 직원이나 위원 등으로 활동하는 기업이나 대학, 주민 사업 등에 예산이 배정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실라 잭슨 하원의원(텍사스 주)은 2009년과 2010년 525만 달러의 예산을 휴스턴대에 특별 배정했는데 이때 잭슨 의원의 남편이 학생처 부처장 등 간부를 맡고 있었다.

민주당 팀 존슨 상원의원(사우스다코타 주)은 2008년 국방부가 지원하는 ‘스타베이스’라는 수학 과학교육 지원 프로그램에 400만 달러가 배정되도록 힘을 썼다. 당시 그의 부인은 이 프로그램의 평가를 담당했다.

이 신문은 이 같은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지만 의원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는 것을 의식해 의회가 몇 가지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상원이 지난주 통과시킨 ‘의회 지식(주식) 거래 금지법’은 의원과 의원 사무실 직원의 30일 이내 주식거래량이 1000달러를 넘을 경우 이를 공개하도록 했다. 하원도 9일 유사한 내용의 ‘주식법’을 표결할 예정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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