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6000명 고문으로 죽인 크메르루주 교도소장 “35년형 길다” 항소했다 종신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4일 03시 00분


카잉 구에크 에아브(69). 일명 ‘도이크’로 불리는 그는 30여 년 전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에서 비밀감옥 투올 슬랭의 교도소장이었다. 1970년대 후반 그가 지휘하던 투올 슬랭은 고문과 열악한 시설로 1만6000여 명이 죽어나간 악명 높은 감옥이었다.

에아브는 1994년 체포돼 군 시설 등에 구금되어 있다가 2010년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ECCC)’에서 인권에 반하는 고문 혐의로 35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당시 “피해자들을 고문하고 처형지인 ‘킬링필드’로 보냈다”고 인정하면서도 “상사의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는 (하수인) 입장이었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캄보디아 ECCC 대법원은 3일 “처벌이 너무 관대하다”며 35년 형을 뒤집고 종신형으로 늘렸다. 이날 판결로 그의 형은 확정됐다. 크메르루주 정권 고위 인사의 처벌이 확정된 것은 처음이다.

판사 콩 시림은 에아브가 당시 졸개가 아니라 책임관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수만 명을 학살한 그의 죄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악랄하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선고가 내려진 순간 에아브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태연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판사를 쳐다보며 간접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킬링필드’를 주도한 크메르루주 정권의 2인자인 전 캄푸치아공산당 부서기장 누온 체아(86)와 전 국가주석 키우 삼판(81), 전 외교장관 이엥 사리(86) 등도 학살과 고문, 반인류적 범죄 혐의로 ECCC 재판을 받고 있다. 1975년부터 4년간 자행된 킬링필드 학살로 170만∼220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종신형#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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