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모저모]헌 샌들 훔친 10대 유죄판결… 印尼 ‘헌신발 보내기’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4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주 지방법원은 경찰관이 신던 샌들을 훔친 혐의로 15세 소년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다만 “미성년자임을 감안해 집으로 돌려보낸다”며 소년을 풀어줬다. 법원의 귀가 명령이 없었으면 소년은 징역 5년에 처해질 수 있었다.

2010년 11월 체포된 소년은 “경찰서 앞마당에 버려졌던 샌들을 주운 것뿐”이라며 억울해했지만 1년이 넘게 구금돼 있었다. 시민들은 샌들 한 켤레를 들고 온 소년에게 절도범 낙인을 찍고 1년이 넘게 구금한 데 분노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헌 샌들 모으기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헌 신발을 모아 법원과 경찰서에 보내는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신고 있던 샌들을 경찰서에 벗어 놓은 뒤 맨발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소년이 훔친 것으로 알려진 신발 가격은 3만 루피아(약 3800원).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죄를 저지르는 미성년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처벌이 가혹해 지난해에만도 미성년자 6273명이 유치장에 구금됐으며 경범죄로 재판까지 받는 경우가 많다. 국민들은 사법당국의 가혹한 법 집행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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