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왕따 자살’ 美도 佛도 예외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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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고생 차에 뛰어들고 佛 여중생 총으로 목숨 끊어
美 47개주 ‘왕따 방지법’ 도입에도 피해 안줄어

미국과 프랑스에서도 여학생들이 학교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은 47개 주가 ‘왕따 방지법(Anti-bullying act)’을 둘 정도로 왕따로 몸살을 앓고 있다.

3일 뉴욕데일리뉴스 등 지역언론에 따르면 뉴욕 스탠던아일랜드의 뉴도프고교 2학년생인 어맨다 다이앤 커밍스 양(15)이 지난해 12월 27일 밤 달리는 시내버스에 뛰어들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6일 만인 2일 사망했다.

친척과 친구들에 따르면 커밍스 양은 지난해 중순부터 19세 남자친구를 사귀어 왔는데 학교 친구들이 둘 모두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한다. 삼촌인 케이스 커밍스 씨는 “그들은 어맨다의 구두 머리스타일 화장 등 모든 것을 갖고 놀렸다. 심지어 휴대전화와 신발, 재킷을 빼앗는 등 집중적으로 괴롭혔다”며 “가해자들은 어맨다가 자살을 기도한 뒤에도 페이스북에 계속 폭언을 남겼다”고 말했다. 커밍스 양은 사고 발생 일주일 전에도 심하게 괴롭힘을 당했으나 더 심한 보복을 우려해 주위 사람들에게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대신 그녀는 가족들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몇 차례 했지만 가족들은 이 말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왕따로 인한 청소년의 자살이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제이미 로드마이어 군(14)이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고백한 이유로 친구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해 자살한 사건을 비롯해 거의 매달 비슷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2006년에 청소년 시민단체인 페이스센터가 10월을 ‘전국 왕따(Bullying) 방지의 달’로 선포한 이후 10월에 관련 행사가 대거 열린다. 지난해 10월에는 CNN이 ‘불링, 여기서 끝내야 한다’는 특별방송을 통해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전했다. 중도 탈락자가 하나도 없이 99%가 대학에 진학하는 뉴욕 롱아일랜드의 명문 학교인 위틀리스쿨의 학생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었다. 42%가 급우를 괴롭힌 적이 있으며 31%는 왕따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77%가 친구가 왕따를 경험하는 것을 알면서도 방관했다고 답했다.

미국의 각 주는 왕따 방지법을 강화하고 있다. 사우스다코타, 미시간, 몬태나 등 3개 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왕따 방지법을 도입했다. 특히 뉴저지 주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법을 도입했다. 학교는 의무적으로 왕따 신고사건을 조사할 조사관을 의무적으로 둬야 하고 무엇보다 왕따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학교와 교육 당국이 법적인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한편 4일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파리 북부 ‘엘뢰디로웨트’ 코뮌의 J중학교 1학년생인 아멜리(가명·12) 양이 2일 밤 아버지의 사냥용 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아멜리 양은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의 왕따 대상이 되는 것을 더는 견딜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르파리지앵은 아멜리 양이 친구들로부터 ‘못생겼다’ ‘선머슴 같다’는 놀림을 받았다고 전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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