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聲’에 뒤덮인 카이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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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옷벗기고 때린 軍에 분노… 1만여명 “군부 물러나라” 시위

이집트 카이로 시내가 성난 여성들로 뒤덮였다. 17일 반정부 시위 진압과정에서 한 여성이 상의가 벗겨지고 속옷이 드러난 채 끌려가는 사진이 공개된 이후 분노한 여성 1만여 명이 20일 군부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은 민주화의 성지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육군사령관(무함마드 후사인 탄타위 군최고위원회 의장)은 어디 있나, 이집트의 여자들이 여기 모였다”고 외치며 시내 중심가를 행진했다. 한쪽에서는 “이집트 남성들이 더 용감해질 필요가 있다”며 남성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시위 참석자는 50대 주부부터 아기를 안고 나온 젊은 엄마까지 다양했다. 처음 나온 사람도 많았다. 이들은 머리에 전통 이슬람 스카프를 둘렀고 일부는 얼굴을 가리는 베일을 착용하고 있었다.

가부장적인 이슬람 문화권인 이집트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이 시위를 벌인 것은 영국의 식민지배에 대항했던 1919년 거리행진 이후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민주화 혁명 이후 군부와 보수적인 이슬람 세력에 의해 새로 구성된 의회에서 여성이 소외되는 등 여성의 정치적 권리는 계속 억압됐다”며 “이번 시위는 그런 여성들의 정치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부는 즉각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군최고위원회는 이날 시위가 끝나기도 전에 성명을 발표해 “이집트의 위대한 여성들에게 생긴 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이번 폭력사태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 대해 모든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19일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조지타운대의 강연에서 이집트 여성 시위자에 대한 폭력진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집트 여성들은 불과 몇 달 전 그들이 목숨을 걸고 혁명을 이뤄낸 장소에서 구타와 굴욕을 당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적인 수치”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동영상=이집트軍, 여성 시위자 가슴 노출하고 짓밟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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