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인기 기지 나가라”… 나토군 오폭, 파키스탄 병사 24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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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동맹 전면 재검토

미군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소속 헬리콥터가 26일 새벽 파키스탄 북부 군 초소를 오폭해 파키스탄 병사 24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가뜩이나 꼬여가던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에 또다시 재를 끼얹은 대형 악재다.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는 26일 오전 2시경 나토군 헬기가 북서쪽 모흐만드 부족 지역에 있는 군 초소 2곳을 공격해 장병 24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 초소에는 40여 명의 병사가 근무하고 있었는데 대다수가 자던 중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당한 초소는 탈레반 무장 세력이 수시로 출몰하는 아프간 국경에서 2.5km 떨어져 있었다. 나토군 대변인은 “아프간 군대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던 병사들이 국경 근처에서 공중 지원을 요청했는데 이것이 오인 공격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아프간 주둔 13만 나토군의 주요 보급로로 이용되는 국경을 폐쇄하는 등 즉각 보복조치에 나섰다. 이에 구호물자와 연료를 실은 아프간행 나토군 트럭 40대가 국경 검문소에서 바로 돌아가야 했다. 파키스탄은 또 미국이 무인기 기지로 이용하던 자국의 샴시 공군기지에서 15일 내 철수하라고 통보했으며, 미국 및 나토와 함께하는 모든 프로그램과 활동, 상호협력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존 앨런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희생된 군인들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5월 미 특수부대가 사전 통보 없이 오사마 빈라덴을 전격 사살하면서 발생한 미국과 파키스탄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올 1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파키스탄에서 현지인 2명을 살해한 사건, 9월 미국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미 대사관 공격의 배후에 파키스탄 정보부가 있다고 주장한 사건에 이어 이번 악재까지 터지면서 양국 관계는 계속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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