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여! 용서를” 美전차부대 눈물의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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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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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밋 일병, 작전수행중 후방 전차 오인포격으로 사망
“애도하게 해달라” 전차부대 요청에 다시 한 번 장례식

10월 6일 오후 4시 30분 미국 해병대 4연대 2연대 소속의 저격수 벤저민 슈밋 일병(24·사진)은 아프가니스탄 시르 가자이 지역에서 탈레반 반군 소탕 작전에 투입됐다.

슈밋 일병은 로버토 콜론 상사와 함께 강 건너편의 탈레반 반군을 저격하는 작전을 수행하던 중 700야드 뒤 미군 전차부대에서 날아온 포탄에 머리를 맞았다. 야전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오후 7시 사망했다. 저격수부대에선 “그놈 얼굴을 가격해 버릴 거야, 사람을 죽이는 것이 어떤지 알도록 말이야”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다음 날 저격수부대의 자이로 프레도니스 지휘관은 슈밋 일병에게 포격을 한 전차부대 요원들을 찾아가 “어떻게 이런 실수를 했느냐”고 항의했다. 전차부대 요원들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오인 사격으로 부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윌리엄 비비언 2연대 사령관은 전차부대와 저격수부대 간의 감정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전차부대를 시르 가자이 주둔기지에 돌려보냈다. 저격수부대는 이곳에서 24km 떨어진 무사깔라 연대본부에 머물도록 했다.

매슈 스티거 사령관은 전차부대를 전투에 투입하지 않고 도로 순찰 업무만 맡도록 했다. 슈밋 일병이 전사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두 부대는 같은 기지에 배치됐다. 스티거 사령관은 사고 일주일 뒤 콜론 상사를 만나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전차부대의 과오를 사죄한다”고 말했다.

전차부대원들은 다시 한 번 장례식을 열게 해달라고 비비언 사령관에게 요청했다. 슈밋 일병 장례식은 연대본부에서 저격수부대가 참석한 가운데 이미 치러진 상태였지만 비비언 사령관은 두 번째 장례식을 허용했다.

슈밋 일병이 사망한 지 8일이 지난 10월 14일 늦은 오후 저격수부대뿐 아니라 보병부대 및 전차부대가 캠프 본부에 함께 모였다. 장례식장엔 헬멧을 쓴 채 소총을 겨누고 있는 슈밋 일병의 사진 및 그의 소총 헬멧 군화와 함께 인식표가 놓여 있었다. 부대원 한 사람씩 슈밋 일병 사진 앞에 다가가 묵념했다. 잃어버린 친구를 잃은 허탈감에 모두 무릎을 꿇고 슈밋 일병을 애도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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