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고독한 2인자’로 전락하고 있다. 급속한 영향력 확대와 자원 싹쓸이,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외면 등이 겹치면서 중국에 대한 세계의 견제는 조직적이고 뚜렷하게 진행 중이다. 게다가 중국은 내부적으로 권력 교체기와 경제성장방식 전환이라는 난제에 직면했다. 중국을 향해 내우외환의 거친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 ○ 외교적 사면초가
올해 중국 외교는 사방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인도 중앙아시아 등에서 반중(反中) 기류가 일고 있으며,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격변기에 독재자의 편에 선 결과 국제 무대에서의 존경이라는 소프트파워를 잃었다.
중국은 올 들어 재스민 혁명의 바람이 불면서 이집트 리비아 등에서 그동안 중국에 우호적이었던 통치자들을 잃었다. 게다가 리비아 내전 막바지까지 무아마르 카다피 측에 서는 바람에 리비아 재건 과정에 참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아프리카는 중국 외교부장이 올해를 포함해 21년째 새해 첫 순방지로 택할 정도로 중국의 텃밭이다. 하지만 올해 남수단 독립은 중국의 대아프리카 외교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남수단 건국 세력은 내정불간섭 원칙에 따라 오랫동안 수단을 지원해 온 중국에 감정이 좋지 않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남수단이 경제관계 때문에 중국과 수교했지만 대만과의 수교를 검토할 정도로 반중 감정이 깊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아세안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우호적인 토대를 마련했지만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도 마찰음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과 아세안 일부 국가 사이에 극복할 수 없는 간극이 확인했다. 현재 필리핀 베트남은 중국에 대한 도발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3개국 정도만이 친(親)중국으로 분류될 뿐이다. 나머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인도는 올해 미국의 중국 견제에 주요 축으로 급부상했다. 중국이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과 관계를 강화하자 인도도 드러내 놓고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각국과도 속사정은 비슷하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절대적인 몽골은 최근 중국의 대표적 기피 대상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했다. 중국은 무비자 정책 등 몽골인의 환심을 사려고 하지만 몽골의 반중 감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앙아시아 지역을 둘러싸고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도 마찰 요소가 커진다.
일본은 올해 국방백서에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갈등에서 중국에 호되게 당한 일본은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 견제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아시아 귀환을 통해 대중 견제의 거대한 그물망을 조이고 있다. ○ 권력교체기 속 내부 모순 분출
내년에 10년 만의 권력교체를 앞둔 중국은 내부 안정이 최우선 목표다. 지난달 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17기 6중전회)에서 뜬금없이 ‘문화 개혁’ 이슈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여론을 한곳으로 모으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현재 중국 지도부 앞에 놓인 난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 빈부차 등 해묵은 문제들은 물론이고 티베트의 분리 독립 요구에서 드러난 영토 문제, 물가 앙등 및 중소기업 도산이라는 민생 문제, 원저우 철도 참사로 확인된 정부의 관리 능력 부재 문제가 그것이다.
중국 전체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변방의 자치주들은 자원의 보고지만 독립을 향한 원심력이 작용한다. 2008년 티베트 유혈 사태처럼 어느 한곳의 고리가 끊어지면 중국 체제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 “따뜻한 외교 추구해야”
문제는 내우외환을 해결할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것. 중국으로서는 상황 악화를 막고 견디는 것만이 방법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거듭된 중국 때리기에도 중국의 대응은 이례적으로 차분하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미국이 (중국의 굴기에) 과잉 반응하고 있어 중국 정부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제에 외교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왕이저우(王逸舟) 베이징대 교수는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발전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농구스타 야오밍(姚明)을 예로 들며 “그가 미국프로농구에서 활동할 때 미국은 그를 경계의 대상으로 본 게 아니라 본받아야 할 스타로 인식했다”며 “중국도 야오밍처럼 거대하되 따뜻한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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