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광고로 논란을 불러일으켜 온 이탈리아의 의류기업 베네통이 17일 또 한 번 논란을 불러올 광고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서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지구촌의 주요 정치·종교지도자들이 키스하는 모습을 담았다. 광고의 주제는 증오(hate)의 반대 개념으로 쓰인 ‘언헤이트(unhate·증오하지 마라)’.
이번 광고는 대립·갈등 관계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세계 주요 지도자 및 정치인들이 깊은 입맞춤을 하는 모습의 합성사진이다. 즉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이집트의 이슬람 종교지도자 아흐메드 엘타옙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오바마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입맞춤을 한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와 메르켈 총리의 키스 사진은 베를루스코니의 사임으로 막판에 취소됐다.
알레산드로 베네통 부회장은 “증오와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각만큼 극단적이지 않다는 것과 서로 미워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로마의 관광명소인 카스텔 산 안젤로 다리 등에 공개된 교황의 키스 사진은 교황청의 반발로 한 시간 만에 내려졌다. 바티칸 대변인은 “대중의 관심을 끌려고 교황의 이미지를 허락 없이 조작한 것에 불쾌감이 든다. 천주교를 모욕하는 행위다”라는 성명을 냈다. 결국 베네통은 “가톨릭 신도의 마음을 상하게 한 데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번 광고는 로마, 텔아비브, 뉴욕, 밀라노, 파리, 서울 등 세계 주요 도시에 부착된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웃자고 만든 광고를 두고 청와대가 뭐라 코멘트할 게 없다.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은 “상업적인 이유로 대통령의 사진을 이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베네통의 노이즈 마케팅 목표는 이미 성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과거 베네통 광고가 논란 속에서도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파격 마케팅의 성과를 일부 거둔 데 비해 이번 광고는 저급한 상상력으로 눈길만 끌려는 졸작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라이벌 의류업체의 성공에 위기감을 느낀 베네통이 내놓은 실패작이라는 것.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베네통의 지난해 매출액은 28억 달러로 2000년 이후 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한 반면 라이벌인 스웨덴의 H&M은 150억 달러로 같은 기간 4배, 자라와 버쉬카 브랜드를 가진 스페인의 인디텍스그룹은 175억 달러로 무려 6배의 성장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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