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옌볜 은행에 한국돈 1900억원,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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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관광객-조선족이 유입은행 간 환전 안돼 그냥 쌓여

“싸요 싸. 한국 돈 1000원.”

중국의 유명 관광지에 가면 쉽게 접하는 현지 상인들이 내뱉는 한국어다. 한국 돈으로 직접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상인들은 실제로 한국 화폐를 받는다.

이렇게 거래된 한국 돈은 중국 내 은행으로 회수된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원화는 미국 달러와 달리 은행 간 거래가 안 된다. 개인 환전만 허용돼 있다. 이 때문에 은행에 그대로 쌓인다.

베이징(北京) 금융권에 따르면 옌볜(延邊) 일대 중국계 은행에만 원화가 1900억 원가량 잠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옌볜에 원화가 많은 이유는 한국인 관광객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로 한국에 일하러 갔던 조선족들이 원화를 갖고 오기 때문.

일부 중국 은행들은 이렇게 쌓인 원화를 한국으로 옮겨서 위안화나 달러 등으로 바꿔오고 있다. 문제는 원화를 일반 화물처럼 항공편으로 부치면 운반비가 많이 드는 데다 아무래도 현금인 만큼 보험료가 비싸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냥 금고에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국의 은행들이 원화를 받아주는 이유는 수수료가 높아서다. 달러 등에 비해 고율의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로 자오퉁(交通)은행에서 수수료를 받고 원화를 위안화로 환전해 주지만, 일부 소형 은행들은 별도의 수수료를 받고 금고에 원화를 보관해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중국 은행들은 원화가 자꾸 쌓이다 보니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처분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다. 원화가 국제 결제수단으로 이용되지 못하는 만큼 금고에 저장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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