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샬리트 병장 “5년만에 복귀 신고합니다” ‘살아 돌아왔습니다. 충성.’ 18일 피랍 5년 4개월 만에 고국 이스라엘로 귀환한 길라드 샬리트 병장이 텔노프 공군기지에 도착해 이스라엘 군복으로 갈아입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2006년 6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샬리트 병장은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재소자 1027명과 맞바꾸는 조건으로 전격 석방됐다. 창백하고 야윈 상태이며 영양실조 증세를 보인 샬리트 병장은 이날 기지에서 꿈에 그리던 가족과 만났다. 텔노프=로이터 연합뉴스
○ 샬리트 병장 돌아온 이스라엘
그리웠던 아버지와 함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됐다 5년 만에 풀려난 길라드 샬리트 병장이
18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 텔노프 군공항에 도착했다. 왼쪽부터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샬리트 병장, 샬리트 병장의 아버지 노엄 씨. 텔노프=AP 연합뉴스이스라엘판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주인공 길라드 샬리트 병장(25)이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다. 2006년 6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근 군 초소에서 근무하다가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에게 납치돼 많은 이스라엘 국민을 애타게 만들었던 샬리트 병장은 18일 그리던 고국 땅을 다시 밟았다. 포로로 붙잡힌 이스라엘 군인이 살아서 돌아온 것은 26년 만의 일이다. ▶본보 13일자 A1면 참조 A1면 1027명과 바꾼 병사 1명
5년 4개월 동안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던 샬리트 병장의 귀환은 복잡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 이날 오전 일찍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 당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샬리트 병장은 이집트와 이스라엘 국경 사이에 있는 케렘 살롬 검문소를 넘어 이스라엘 땅을 밟았다. 그는 국경을 넘기 전 이집트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맞교환 소식을 일주일 전에 들었으나 혹시 막판에 문제라도 생기면 수년을 더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제공한 검은색 야구모자와 헐렁한 회색 셔츠를 걸친 샬리트 병장은 야위고 창백한 모습이었으나 미소를 띠었다. 그는 “이번 맞교환이 평화 증진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샬리트 병장은 이후 헬기를 타고 텔아비브 남쪽에 위치한 텔노프 공군기지로 이동해 이스라엘 군복으로 갈아입고 가족 상봉을 했다. 총리 관저 앞 천막시위와 국토종단행진 등을 통해 아들의 송환을 애타게 촉구해온 아버지 노엄 샬리트 씨와 어머니 아비바 샬리트 씨는 아들을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피랍 병사 한 명을 살리기 위해 테러혐의 유죄 선고자를 다수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1027명을 풀어주는 이스라엘 정부의 ‘정치적 모험’에 대해 국민은 기쁨과 우려가 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포로 맞교환에 79%가 찬성했다. 그러나 테러리스트 석방이 이스라엘 안보를 위협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와 ‘아니다’가 각각 50%와 48%로 팽팽했다. 네타냐후 정부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절제된 환영행사를 준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1차 477명 석방된 팔레스타인
“우리도 자유다” 18일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의 라파 국경검문소에서 이집트를 경유해 송환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버스 밖으로 몸을 내밀어 손을 흔들거나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라파=AFP 연합뉴스길라드 샬리트 병장과 맞교환돼 풀려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18일 경유지인 이집트를 거쳐 가자지구로 들어오자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수감자들이 버스를 타고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라파 검문소를 통과할 즈음 검문소 옆 임시 텐트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은 환호성과 울음을 터뜨렸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하마스가 무장병력 1000여 명을 배치해 도착 직전까지 삼엄한 분위기였지만 가족들의 만남은 뜨거웠다”고 전했다. 이들과 함께 석방자들을 맞이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위대한 자유와 희생을 보여준 영웅들이 돌아왔다”고 반겼다.
이날 1차로 돌아온 수감자는 약속한 석방 인원 1027명 가운데 여성 27명을 포함해 477명. 나머지도 두 달 내로 돌아올 예정이다. 여성 석방자 2명이 한때 이집트행을 요구해 일정이 약간 늦춰진 것 외에는 석방 과정은 별 탈 없이 끝났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향후 이들에게 직장 및 주택을 제공하는 등 극진한 대우를 약속했다.
요르단 강 서안과 가자지구엔 약 20만 명이 몰려나와 인산인해를 이뤘다. 수감자를 태운 버스가 시내로 들어오자 환영인파가 몰려들어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가자지구의 브리가데 공원엔 대형 무대가 마련돼 공식 환영행사도 열렸다. 귀환자 대표로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동창설 멤버였던 예흐야 신와르가 감사인사를 전하자 군중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남몰래 눈물 흘리는 팔레스타인 어머니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석방자 명단에 10대 소년 병사들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청소년보호단체 DCI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엔 12∼17세 청소년 164명이 수감돼 있다.
하산 유세프 하마스 최고지도자는 “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테러 혐의로 종신형 등을 받고 복역 중이던 장기복역수들을 우선 석방 리스트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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