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 FTA 비준 완료]정동영 “新 을사늑약… 김종훈은 이완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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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위 긴급투입뒤 맹비난… 與는 “조속비준” 압박

미국 의회가 12일(현지 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절차를 마무리했으나 공을 넘겨받은 한국 정치권은 여전히 이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3일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며 야당을 압박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미 FTA 여야정협의체에서 “민주당의 ‘10+2 재재협상안’에 대한 추가 논의를 거쳐 되도록 이른 시간에 여야 합의로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TA 주무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우리 국회의 경우 FTA 비준동의안 외에 후속 법안 14건이 다른 상임위에 걸쳐 있어 미국 의회보다 (처리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정부 여당의 일방통행식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이용섭 대변인은 이날 “미 의회가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FTA 이행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뒤집어 말하면 이익의 균형이 깨졌다는 말”이라면서 “‘우리가 미국보다도 넓은 경제영토를 가지게 됐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세월 좋은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긴급 투입된 정동영 의원은 “한미 FTA는 ‘낯선 식민지’이고, 국회가 이를 비준하는 것은 을사늑약을 추인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많은 국민의 생각이고 내 생각”이라면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향해 “미국과 한통속이다.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모르겠다”라고 맹비난했다. 김 본부장은 “말씀이 지나치다”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미국 의회가 한미 FTA 비준안을 이미 처리한 만큼 기존 당론이었던 ‘10+2’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는 기류가 적지 않다.

따라서 한미 FTA 발효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축산업의 피해 보전을 위한 정부 예산을 대폭 늘리면 FTA 처리에 동의해 줄 수 있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인 최인기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농축산업 피해 보전을 위한 예산을 최소 9000억 원에서 3조 원까지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시점과 방식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서울지역 응답자의 52.1%가 한미 FTA에 찬성해 가장 높았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 이슈가 서울시장 보선에 호재가 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핵심 관계자는 “서울은 한미 FTA 찬성 의견이 높은 지역인 만큼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 민주당 입장이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준안을 강행 처리하면 역풍이 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도 이를 감안해 정부 여당과 적극 협상에 나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국회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이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정부 여당의 강행 처리를 경고하면서도 “우리가 한미 FTA에 다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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