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마에하라냐 아니냐… 여론조사 1위 前외상 출마선언

6, 7명 후보 난립 선거판 요동… 反오자와 기치로 세 결집 노려
30일 지한파 총리 나올지 주목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49) 전 외상이 23일 일본 총리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차기 총리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그의 출마로 다음 주에 실시되는 총리선거는 ‘마에하라냐 아니냐’라는 구도로 급속히 재편됐다. 그동안 ‘도토리 키 재기’를 하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을 비롯한 후보들은 출마를 재고하거나 선거전략을 다시 짜는 등 선거판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마에하라 전 외상은 당초 출마를 포기하고 반(反)오자와 성향의 주류세력인 노다 재무상을 밀었다. 3월 재일한국인에게서 정치헌금을 받은 게 드러나 외상을 사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년 9월 당 대표에 당선돼 총리직을 거머쥔 뒤 차기 총선까지 진두지휘함으로써 ‘롱런 총리’가 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노다 재무상이 선거판을 휘어잡지 못하는 데다 6, 7명의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여러 후보가 당내 최대 세력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을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협력을 요청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오자와파의 지원을 업은 총리가 들어서면 반오자와 노선을 주도했던 마에하라 전 외상으로서는 당내 입지가 좁아지며 하루아침에 비주류로 전락해 ‘차차기 총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거전의 승부는 마에하라 전 외상이 정권 주류세력의 표를 결집하고 중간파까지 끌어들일 수 있느냐와 오자와-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연합세력이 얼마나 결속하느냐에 달려 있다. 노다 재무상은 중도하차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주류파의 분열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오자와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재선 의원 일부는 마에하라 전 외상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기반이 약한 초·재선 의원들은 ‘선거의 얼굴’로 불리는 ‘마에하라 총리’ 아래서 차기 총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에하라 전 외상이 ‘오자와파에 대한 당정 요직 배려’ 등의 선물을 앞세워 오자와 전 간사장과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

마에하라 전 외상은 ‘전략적 한일관계를 구축하는 의원모임’ 회장으로 매년 한두 차례 한국을 방문하는 ‘지한파’ 의원이다. 보수파 정치인을 많이 배출한 사설 정치교육기관인 마쓰시타(松下)정경숙 출신으로 외교안보 문제에 밝다. 미일동맹을 일본 외교의 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 러시아와의 영토 문제에는 단호하다. 43세인 2005년 제1야당인 민주당 대표가 됐고 집권 후에는 국토교통상과 외상을 역임하는 등 대표적인 ‘40대 기수’다. 젊고 깨끗하다는 게 최대 강점. 민주당은 29일 당 대표선거에서 선출되는 대표를 30일 중참의원 본회의에서 총리로 뽑을 예정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