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카다피… 튀니지 망명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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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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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방송 “가족과 준비 중”
리비아 공항 VIP차량 행렬… 트리폴리 외국인 탈출 착수

리비아 내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사진)가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NBC방송은 18일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카다피 원수가 가족과 함께 튀니지로 망명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리비아를 떠나는 구체적 조건이나 시간 등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미국 워싱턴타임스는 트리폴리 공항 2곳에서 VIP 의전용으로 추정되는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최소 2대의 외국 항공기가 머무는 등 망명설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항공기 1대와 유럽에서 온 항공기 1대가 미티가 국제공항과 아지지야 공항에 도착해 떠나지 않고 있다면서 카다피가 곧 망명할 것이란 소문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반군 대변인 무함마드는 “최근 사흘간 공항 2곳에서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포착됐다”면서 “카다피 가족들은 이미 리비아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망명설은 카다피가 곧 항복할 것이라는 미국 관리들의 발언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16일 한 포럼에서 “카다피의 날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엔 리비아 특사도 튀니지에서 15일부터 카다피 정부 관계자와 반카다피군 측 과도국가위원회 대표를 상대로 비밀리에 내전 종식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NBC는 카다피 원수가 망명을 실행에 옮길지 장담할 수는 없다고 보도했다.

튀니지는 리비아 서쪽과 국경을 접한 이웃나라로 내전이 격화되던 5월 카다피 원수의 부인과 딸이 도피했다는 소문이 나돌던 곳이다. 카다피 원수는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대통령 시절 튀니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편 19일 새벽 트리폴리의 카다피 원수 관저 등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의 공습으로 7차례 이상의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고 외신이 전했다.

또 트리폴리에 남아 있는 외국인 수천 명이 탈출을 서두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이주기구(IOM) 제미니 판디야 대변인은 “이집트인 수천 명이 이미 트리폴리를 떠날 준비를 마쳤고 출국 지원을 요청하는 인원이 나날이 크게 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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