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전화해킹 스캔들에 빠진 머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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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테러사망자 이어 전사자 유가족까지 해킹…
캐머런 총리, 청문회 지시… 주가급락-광고철회 속출

영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타블로이드신문의 전화 해킹 스캔들로 언론계 거물 루퍼트 머독(80)이 궁지에 몰렸다.

정계 재계 연예계를 망라해 유명인사를 해킹해왔던 영국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NoW)는 일반인 실종자와 폭탄테러 사망자에 이어 전사한 군인의 유가족 휴대전화까지 해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NoW는 머독이 소유한 언론기업 ‘뉴스코퍼레이션’의 자회사로 영국에서 260만 부를 발행하고 있다. ‘21세기 최악의 해킹 스캔들’로 불리며 해킹 사례가 줄줄이 드러나자 NoW에 대한 광고 철회와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경찰은 NoW가 고용한 사설탐정들이 2002년 실종됐다 숨진 소녀 밀리 다울러 양(13)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전화에 남겨진 가족과 친구들의 음성메시지를 도청하고, 일부 메시지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6일 발표했다. NoW에 고용된 한 사설탐정의 컴퓨터 파일에서는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유가족 전화번호가 발견됐다. 일간 가디언은 이 신문에 의해 해킹당한 사람이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정말 역겹다”며 공개 청문회를 지시했다. 궁지에 몰린 머독은 6일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후폭풍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포드사와 로이즈뱅킹그룹 등 이 신문에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광고주가 늘고 있다. 자신의 휴대전화가 NoW에 해킹 당했다고 주장해온 배우 휴 그랜트는 이날 CNN에 출연해 광고주들에게 “NoW에 대한 광고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더 타임스’ ‘더 선’ 등을 소유하며 영국 언론사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가던 머독의 전략은 차질을 빚게 됐다. 7일 뉴스코프의 주가는 5.1%포인트 하락했으며 머독이 추진 중인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BSyB) 인수 계획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BBC는 “이 사건은 머독의 언론사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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