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로 수영대표 출신 채식주의 非경제학자 ‘세계 금융대통령’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0일 03시 00분


■ IMF 첫 여성총재 선출된 佛 라가르드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55)이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로 28일 선출됐다. 1947년 IMF 출범 이후 첫 여성총재다. 라가르드 총재는 “모든 회원국이 한마음 한뜻으로 IMF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경제학자가 아닌 법률가로는 처음으로 IMF 총재가 된 기록도 세웠다. 그는 지난달 성폭행 시도 사건으로 사임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총재의 뒤를 이어 다음 달 5일부터 임기 5년의 총재로 활동한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대와 우려를 함께 안고 출발한다. 우선 다양한 인생 경험과 국제적 사고를 바탕으로 숫자로 무장한 천재들의 관료조직 IMF에 새로운 개혁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문학 교수 집안의 3남 1녀 중 외동딸로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15세 때 프랑스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고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떠나 메릴랜드 주 홀튼암스스쿨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왔지만 프랑스를 이끌어갈 수재들이 들어가는 국립행정학교(ENA) 입학에 실패했다. 그는 파리 10대학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1981년 변호사가 돼 미국의 세계적 법무법인 베이커&맥켄지 파리지사에 합류한 그는 승승장구를 거듭해 1999년 이 회사 최초로 여성 회장에 올랐다. 관료생활은 2005년 자크 시라크 정부의 무역장관으로 시작해 2007년 5월 니콜라 사르코지 내각 출범 때 농수산부 장관에 임명됐고 한 달 뒤 개각 때 재무장관이 됐다. 선진 8개국(G8) 첫 여성 재무장관이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보물로 떠올랐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냉랭할 때도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현안을 매끄럽게 조율했고 그 사이 내각에서 과감한 업무 추진력과 리더십에 대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 IMF 총재는 유럽’의 나눠먹기 구도에 대한 신흥국의 반발, 유로존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그리스 경제 위기, 스트로스칸의 불명예 퇴진으로 추락한 IMF의 위상 회복 등 만만찮은 과제도 갖고 있다. 이혼 후 두 명의 아들을 키우고 있는 그는 2006년부터 기업가 그자비에 지오캉티 씨와 동거 중이다. 채식주의자이며 술을 마시지 않는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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