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기업상대 집단소송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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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대법원은 20일 미 최대 기업인 월마트 여직원 6명이 급여와 승진에서 차별을 받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 신청을 기각했다. 미 법조계는 이번 판결로 대기업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 제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연방 대법원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월마트의 여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을 갖췄느냐’였다. 이에 대해 9명의 미 연방 대법원 판사는 ‘5명 반대, 4명 찬성’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소송을 낸 여직원들이 보수와 승진에 있어 회사가 전국 월마트 대리점에서 공통적으로 차별적인 정책을 적용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회사는 공식적으로 차별에 반대하고 있으며 전국 3400여 개 대리점의 매니저들에게 보수와 승진에 대해 상당한 재량권을 주고 있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미 전역에 퍼져 있는 월마트 대리점 매니저들이 ‘여성을 차별하는 공통된 방향으로’ 재량권을 행사했다고 믿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스캘리아 대법관은 “원고 개개인이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사건을 집단소송으로 진행한다면 이는 월마트에 매우 부당한 처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월마트 여직원들이 개별적으로 각자 일하는 대리점에서 승진과 급여의 차별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2001년 캘리포니아 주 피츠버그 매장에 근무하던 여성 직원 6명이 같은 직종의 남성들보다 임금이 적고 승진기회도 평등하지 않다며 제기했다. 여직원들은 2007년 예심과 항소심에서 각각 패소했으나 지난해 4월 미 연방 항소법원으로부터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기업들은 그동안 집단소송이 지나치게 남발된 측면이 있다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법원이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면 미 전역의 월마트 여직원 160만 명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직원들을 대변하고 있는 조지프 셀러스 변호사는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미 전역에서 접수된 월마트의 성차별에 대한 여직원들의 불만이 수천 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미 법조계는 이번 판결로 변호사들은 좀 더 신중하게 집단소송을 제기하게 될 것이며 특히 기업을 상대로 하는 집단소송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조지타운대 로스쿨의 하이디 리 펠드먼 교수는 “이번 판결은 대기업이나 모기지 회사 등을 상대로 하는 집단소송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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