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 운전 동영상’ 파문 확산

  • 동아일보

“여성 핸들잡을 권리 보장을”… 17일 전국서 차량시위 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이 규정에 사우디 정권은 나름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여성 운전자를 상대로 한 가장 우스꽝스러운 주장들’이라는 최근호 기사에서 그 이유를 소개했다.

사우디 관영언론과 보수 성직자들은 “여성의 운전을 금하는 것은 여성을 억압하기 위함이 아닌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우디에서 여성들은 운전사를 고용하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수고스럽게 직접 운전을 할 필요도 없고 주차를 해놓고 마트까지 걸어갈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사우디 정권은 “운전사가 어디든지 데려다 주니 여성들은 오히려 공주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여성 운전자는 바깥 세상에 자주 노출돼 더 많은 위협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도 든다. 남성들의 음흉한 시선과 야유를 받지 않으려면 아예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우디 성직자들은 “여성의 운전은 집 밖에서 남녀의 만남을 금하는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결국 운전하는 여성들은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같은 정권의 설명과 경고에도 운전금지 규정에 대항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마날 알셰리프(32)라는 사우디 여성이 유튜브에 자신이 운전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올렸다 체포되면서 이 문제는 큰 사회 이슈가 됐다. 알셰리프 씨는 ‘다시는 운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지난달 30일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하지만 17일 알셰리프 씨와 뜻을 같이하는 사우디 여성들이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차를 몰고 거리에 나오는 시위가 예정돼 있다. 사우디 종교경찰은 교통경찰과 팀을 이뤄 시위를 원천 봉쇄할 방침이다.

최근 공개된 위키리크스 문서에 따르면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사우디 정부에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라고 촉구해 왔다. 사우디 인권운동가들은 알셰리프 씨의 석방도 이 같은 국내외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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