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학살자 믈라디치 16년만에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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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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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명 몰살 인종청소 주도… 현상금만 208억원 걸려세르비아 EU가입 숨통터

1990년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 당시 ‘인종 청소’에 앞장섰던 라트코 믈라디치(69·사진)가 수배 16년 만에 붙잡혔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무슬림과 크로아티아계 주민 8000여 명의 몰살을 주도한 믈라디치는 세르비아 경찰에서 1000만 유로(154억2790만 원), 미 국무부에서 500만 달러(54억5000만 원)를 현상금으로 내건 특급 전범.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26일 “오늘 아침 세르비아 보안정보국(SIA)과 전범추적대가 믈라디치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며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모든 문이 이제 열렸다”고 밝혔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정책 고위대표는 “믈라디치를 즉각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인도하라”며 “세르비아 정부가 ICTY에 협조하는 것이 EU 회원이 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르비아는 2009년 12월 EU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EU는 믈라디치를 체포하지 않으면 EU 가입 협상에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그의 존재가 세르비아 국내 정치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이유였다.

믈라디치는 2002년 가족들과 만난 뒤 종적을 감췄다. 세르비아 전직 군인들의 도움을 받아 도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그의 검거에는 “믈라디치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제보가 결정적 단서가 됐다. 체포 당시 그는 ‘밀로라드 코마디치’라는 가명을 쓰고 있었다. 경찰은 DNA 검사를 통해 그의 신원을 확인했다. 베오그라드 라디오방송 B92는 “세르비아 북부 즈레냐닌 인근의 라자레보 마을에서 믈라디치를 붙잡았다”고 보도했다.

믈라디치의 검거로 보스니아 내전 주요 전범 3명이 모두 붙잡혔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옛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은 2006년 ICTY 재판 도중 숨졌다. 세르비아계 지도자였던 라도반 카라지치는 2008년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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