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스캔들 주인공 ‘신상털기’ 혈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9일 17시 08분


최근 미국 연예전문매체들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한 호텔 여종업원과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아이를 둔 전직 가정부의 '신상털기'에 혈안이 돼 있다.

호텔 여종업원이 사는 뉴욕 브롱스의 아파트 밖에는 방송 차량과 사진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이들은 이웃에게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임대료를 제때 냈는지, 평소 행동은 어땠는지를 캐묻고 있다.

이곳과 미국 대륙의 반대편인 캘리포니아에 있는 가정부 밀드레드 바에나의 집 밖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두 사건은 '성폭행 혐의'와 '불륜'에 관한 것으로 성격은 매우 다르지만, 둘 다 거물급 인사가 연루됐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언론의 지나친 관심으로 이 여성들이 '2차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컬럼비아에 있는 성 및 성생활센터의 수잔나 골드버그 소장은 "`어떤 여자이기에 이런 거물을 매혹할 수 있었을까?'라는 호기심이 이 여성들의 집 장식뿐만 아니라 침대에 누가 있는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 여성들은 우리의 관심 때문에 부수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두 사건이 모두 '힘의 불균형'에 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스트로스칸 총재는 유명 변호사를 고용했으며 슈워제너거는 고위급 친구들과 가족들이 그를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해당 여성들은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이웃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이 여성들이 침묵을 지키면서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진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짜 맞혀져 무시무시한 줄거리가 돼 보도되고 있다.

브롱스에서 호텔 여종업원의 오빠라고 말했던 한 남성은 자신의 말이 신문에 보도된 이후 사실은 오빠가 아니라고 고백했다. 뉴욕포스트는 호텔 여종업원이 에이즈환자들이 사는 지역에 산다고 보도했으나, 그녀의 변호사는 이를 부인했다.

바에나의 신상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바에나가 마이스페이스에 남긴 사진들은 현재 인터넷에 떠돌고 있고 티엠지닷컴과 같은 매체는 브에나가 1990년대 후반에 아널드를 쫓아다니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웹사이트는 익명인을 인용해 바에나가 '공격자'였다고 전했으며 반면 슈워제네거는 그 아이를 낳은 이후 바에나에게 '항상 관대했다'고 전했다.

NYT는 스캔들에 휘말린 남성들은 새로운 인생 2막이 있을 수 있지만, 여성들에게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보도했다.

3년 전 성매매 추문으로 불명예 퇴진했던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 주지사가 CNN의 시사대담프로그램 진행자로 돌아온 것도 한 예다. NYT는 이번 추문이 슈워제네거의 영화 복귀 계획에 지장을 줄 조짐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에나는 이름이 이미 공개된데다 그녀 아이들의 사진도 공개되면서 또 다른 피해를 보고 있다.

슈워제네거 집에서 20년간 가정부로 일했던 바에나는 지난해 그만뒀으며 1년 전 캘리포니아 베커스필드에 26만8000달러를 주고 집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녀의 집 창문은 블라인드로 모두 가려진 상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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