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화해” 英국왕 내일 100년만의 아일랜드 방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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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정황 포착… “그래도 가겠다”英왕실경호대 특별파견

17일부터 나흘간 예정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아일랜드 국빈 방문을 앞두고 테러 위협이 일어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국왕의 아일랜드 방문은 정확히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5일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양국 보안당국은 아일랜드의 테러리스트들이 여왕 방문에 앞서 미사일과 로켓발사대를 구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텔레그래프는 “영국 왕실에 반대하는 아일랜드 공화주의자들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전범으로 규정하고, 이번 방문을 교란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 경찰은 거리 기습시위부터 차량폭탄테러, 경찰관 살해까지 다양한 테러 방법이 모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 당국은 수도 더블린을 중심으로 테러 경계수위를 높였다. 여왕이 착륙하는 군사기지에는 테러를 대비한 방공 시스템을 가동하고 불법시위를 막기 위해 북아일랜드에서 살수차를 공수했다. 여왕의 방문 예정지에는 무장병력을 24시간 배치했다. 영국도 여왕 경호를 위해 런던경찰청의 왕실경호대 120명을 아일랜드에 특별 파견한다. 이번 대테러 작전에는 경찰 8000명과 군인 2000명 등 모두 1만 명이 투입된다.

1911년 조지 5세가 더블린을 찾은 이래 영국 국왕은 지금까지 한 번도 아일랜드를 방문하지 않았다. 오랜 독립전쟁으로 국민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데다 1922년 아일랜드의 독립 이후에도 양국은 북아일랜드를 놓고 영유권 갈등을 벌여왔다. 북아일랜드 신교도와 구교도 간의 유혈 충돌이 1998년 평화협정으로 일단락되면서 양국관계도 점차 개선되는 추세지만 일부 아일랜드 국민은 여전히 영국 여왕의 방문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올 3월 아일랜드 정부의 초청을 수락한 영국 왕실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피로 물든 양국 간의 역사를 복원해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여왕의 방문 장소에 더블린의 독립운동 순국자들을 위한 추모공원과 1920년 독립전쟁 중 영국군이 아일랜드 시민 14명을 사살했던 크로크파크 경기장 등 민감한 장소가 대거 포함됐다. 85세의 여왕이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피로 얼룩진 역사의 치유와 화해를 위한 여행길에 나서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불의의 참사를 막기 위해 극도의 경계상태를 유지할 방침이다. 197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촌인 마운트배튼 경이 아일랜드공화군(IRA)의 테러로 아일랜드에서 피살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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