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G7, 엔高 따른 시장쇼크 사전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 엔화 강세 저지 공동개입

주요 7개국(G7)이 18일 일본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한 공동 개입에 나서기로 하면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혼란을 거듭하던 국제금융시장은 당분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전 사태가 확산되면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것으로 보인다.

G7 국가들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로 한 것은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 G7 국가들의 외환시장 공동개입 합의는 당초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을 지지하는 수준의 합의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훨씬 뛰어넘은 강력한 카드다.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면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직접 나서 엔화를 공급하거나 달러화나 유로화 공급을 줄여 엔화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7일 달러당 76.25엔까지 급락(엔화 가치 급상승)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엔화 환율은 곧바로 상승했으며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1995년 5월 G7 국가들이 엔화 약세 유도를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섰던 ‘역(逆)플라자 합의’는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역플라자 합의는 1985년 미국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엔화 가치를 절상시키기로 했던 ‘플라자 합의’와 반대로 한신 대지진으로 강세를 지속하던 엔화 가치를 낮추기로 한 합의다. 이 조치로 달러당 79.75엔까지 떨어졌던 엔화 환율은 1995년 9월 달러당 100엔을 돌파하고 1996년 말에는 달러당 120엔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번 G7의 시장 개입이 역플라자 합의 때만큼 엔화 약세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동일본 대지진은 한신 대지진과 달리 핵 위기로 확산되고 있어 국제 금융시장을 다시 혼란에 빠뜨릴 변수들이 아직 산재해 있다. 게다가 불안한 경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자국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달러와 유로화 강세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은 곧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G7의 시장 개입 공조는 엔화가 달러당 80엔 이하로 과도하게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당 85엔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엔고 저지를 위한 G7 국가들의 공조는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물가불안이 우려됐던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편 정부는 이날 물가안정대책회의를 열고 동일본 대지진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에너지 가격과 국제곡물 가격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G7 국가들이 환율 안정에 합의하면서 환율 변동으로 인한 국내 물가 영향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일본 원전사태로 인한 LNG와 곡물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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