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탱크-헬기 동원 시위 유혈진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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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충돌 사상자 속출… 국왕 국가비상사태 선포軍 “야간 통금-집회 금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바레인 정부가 16일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대대적 강경 진압에 나서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바레인 정부는 14일 걸프협력회의 회원국의 공동방위군 산하 사우디아라비아 군 1000여 명과 아랍에미리트 경찰 500명을 지원받고 15일에는 셰이크 하마드 국왕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강경 진압을 준비해왔다.

바레인 진압 경찰 수백 명은 16일 날이 밝자마자 탱크와 함께 수도 마나마의 진주광장에 모여 있던 시아파 시위대 해산 작업에 돌입했다. 탱크와 헬리콥터 지원 속에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산탄과 최루가스를 발사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 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야당 관계자가 전했다. 정부는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의 차량에 치인 경찰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군과 경찰의 진입 이후 도심 광장은 최루가스로 가득 찼으며 광장 외곽에 시위대가 설치해 놓은 텐트들에 불이 붙어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시위대는 휴대용 부탄가스를 터뜨리며 경찰에 맞서 곳곳에서 폭발음이 계속됐다. 시위대가 흩어지자 경찰은 시위대의 텐트를 모두 철거했고 탱크와 군용차가 광장을 둘러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와 함께 경찰과 군 병력은 바레인의 금융 중심지인 금융복합센터 인근 거리에 있던 일부 시위대를 몰아냈다. 이 과정에서 곳곳에서 총성이 들렸으며 시위대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시위 진압에 사우디 군이 동원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바레인 군 대변인은 “오후 4시부터 오전 4시까지 무기한 통행금지 조치를 내린다”며 “집회와 행진, 연좌농성도 모두 금지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 정부는 15일 “사우디 파병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16일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 바레인 대리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했다. 또 외교관계가 없는 미국을 대행해 업무를 보고 있는 스위스 대사도 불러 미국이 사우디의 군사 개입을 방조했다고 항의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사우디의 군사적 개입은 매우 추악한 방식이며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15일 자국민의 바레인 여행금지 조치를 내리는 한편 현지 대사관 직원 가족도 본국으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는 미 해군 5함대 사령부의 모함 기지로 이용되는 미국의 전략요충지다. 미 국방부는 5함대 소속 군 장병 가족과 군속에 대해서도 필수요원이 아닌 경우 자발적으로 바레인을 떠날 것을 허가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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