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기적 생환소식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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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 67명 달래며 옥상서 이틀밤을…

동일본 대지진 구조작업이 본격화하면서 ‘기적적’인 생환 스토리가 잇따르고 있다.

13일 일본 미야기 현 기센누마 시에서는 고립된 채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이틀 밤을 보낸 영·유아 67명이 자위대 헬기에 구조됐다. 5세 미만의 취학 전 아동인 이들은 11일 지진해일(쓰나미)이 몰려오자 보육원(시립 이케이시마) 교사 안내에 따라 보육원 인근 건물인 3층짜리 공민관(마을회관)으로 몸을 피했다. 잠시 후 2층까지 물이 차오르자 모두 옥상으로 올라갔다.

보육원 교사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과 차들이 휩쓸려 눈앞에서 둥둥 떠내려갔다.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아이들에게 보이기에 너무 참혹하다는 생각에 눈을 감도록 했다”고 말했다. 잠시 후 물바다는 불바다로 변했다. 물 위에 뜬 기름에 불이 붙으면서 공민관 주변이 온통 불타오르기 시작한 것. 이 교사는 검은 연기와 기름 냄새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되자 아이들에게 찢은 커튼을 뒤집어쓰고 버티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들이 울면서 ‘엄마가 보고 싶다’고 보챌 때마다 애써 환한 표정을 지으며 ‘내일 틀림없이 만날 수 있다’고 희망을 불어넣었다”고 전했다.

이번 대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이와테(巖手) 현 미야코(宮古) 시에선 12일 오전 6시 57분 새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산모는 도쿄 시민으로 출산 준비 차 친정집에 와 있던 고바야시 도모카(小林友香·28) 씨. 고바야시 씨는 평소엔 해안가를 거닐며 산책하곤 했으나 이날은 왠지 배 속 아기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동네 노래방을 찾았다. 한 곡을 마치자마자 천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놀라서 건물 밖으로 뛰쳐나온 그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어머니와 할머니가 있는 친정집으로 달렸다. 평소대로 해안가를 산책했다면 어떤 운명을 맞았을까…. 다음 날 오전 3시경 2.54kg의 예쁜 딸을 낳은 고바야시 씨는 “그 무엇인가가 나를 지켜준 것 같다”며 “이 따뜻한 생명을 사랑하면서 열심히 키우겠다”고 말했다.

도쿄에 살고 있는 뉴질랜드 여성 제니퍼 와담스 우즈키 씨는 11일 오후 지진으로 대중교통이 끊기자 임신 8개월의 몸을 이끌고 혼자 25km를 걸어서 집에 돌아왔다. 뉴질랜드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와 남편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집까지 5km를 남긴 지점에서 골반과 다리에 심한 통증을 느꼈지만 ‘달팽이처럼 기어갔다’고 한다. 날이 어두워져 길을 잘못 들었을 때는 행인들이 올바른 방향을 알려줬다. 다행히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 마실 수 있어 탈수를 막을 수 있었다. 우즈키 씨는 “하이킹과 등산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아기를 가진 몸이지만 걸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드디어 7시간 만인 오후 10시에 집에 도착해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우즈키 씨와 배 속 아기가 모두 괜찮다고 했고 남편은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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