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눈물-한숨의 피난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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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아시나요” 이산가족 찾기… 이름-연락처 대피소 게시판에 빼곡

“내일 아침에 다시 올 테니 꼭 연락 바람!”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전화해줘.”

13일 일본 후쿠시마 현 동북부 가와마타(川오)에 있는 가와마타 소학교(초등학교) 본관 입구 임시 게시판은 잃어버린 가족을 애타게 찾는 주민들이 가족 이름과 함께 자신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놓은 메모들로 어지럽다. 전날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때문에 긴급 대피한 후타바(雙葉) 군민 600여 명 가운데는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이 확인한 사람보다 더 많았다. 발전소가 있는 후타바 군에서 가와마타까지 거리는 약 50km. 주민들은 제2, 제3의 폭발사고가 일어나진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복도 게시판에는 방사능 오염을 피해 가와마타 내 다른 대피 장소에 피신한 주민들의 현황판을 마련해 놓았다. 황망한 표정으로 게시판에서 가족과 친지의 이름을 애타게 찾던 주민 중 일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행방이 묘연한 가족 걱정에 눈물을 흘렸다.

학교 체육관은 갓난아이부터 80대 노부부까지 남녀노소로 가득 찼다. 폭발이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나 대부분의 주민은 옷과 먹을 것도 챙기지 못한 채 몸만 빠져나왔다. 대지진에 이어 원자력발전소까지 폭발하자 주민들은 모두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했다는 오야마 씨(56·가명)는 “이번 지진이 발생했을 때 땅이 갈라지고 육교가 쓰러졌다”며 “금방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에 이불 하나만 들고 왔는데 언제 돌아갈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갑자기 마련된 대피소 바닥은 차가웠고 TV조차 없었다. 대피소 내에 설치된 난로 3대는 주민들이 추위를 피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회사원 야마구치 씨(43)는 “가족 4명이 대피소에 왔는데 한 끼에 빵 또는 김밥 2개밖에 주지 않아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차가운 체육관에 누워 하루를 보내야 했다. 한 80대 노인은 “따뜻한 된장국이라도 맛보고 싶다”며 힘겨워했다. 원자력발전소 폭발에 대한 정부의 사전 및 사후 대처에 불만을 터뜨리는 주민들도 있었다. 한 피난민은 “가열된 원자로를 바닷물을 부어 냉각하는 조치가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일단 바닷물을 부으면 사용 불능이 되는 원자로가 아깝다는 생각에 지체하다 보니 폭발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한 30대 남성은 “정부가 도대체 제대로 알고 (대처를)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후쿠시마=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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