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분노의 날’ 시위… 사우디도 흔들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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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7000명 이상 참가 밝혀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흔들릴 것인가. 11일로 예고된 ‘분노의 날’ 시위에 9일 현재 사우디 국민 1만7000명 이상이 참가하겠다고 페이스북에 서명한 가운데 세계가 ‘11일 사우디’를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가 때문. 사우디는 세계 1위 원유생산국으로서 현재 리비아 사태에 따른 부족분을 메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국제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리비아가 아니라 사우디에 대한 우려”라며 “사우디가 흔들리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가격 조절 기능에도 한계가 올 수 있다”고 했다.

사우디의 미래에 대해서는 극과 극의 전망이 오간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 중동지역 전문 애널리스트 헬리마 크로트프 씨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중동발 민주화 도미노에) 사우디만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사우디에 대규모 소요는 없을 것”이라며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이라 전망했다고 9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레이철 브론슨 시카고 국제문제연구소 이사도 최근 WP 칼럼에서 “왕정 반대세력이 크지 않고 국민이 오일머니로 베풀어지는 복지 혜택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왕정이) 흔들릴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사우디는 2005년부터 압둘라 6대 국왕이 통치해 오고 있는 이슬람 정교일치의 절대군주제. 의회는 없고 자문위원회가 존재하는데 위원은 총 120명으로 4년마다 선출된다. 의장은 국왕이 임명한다.

이집트 튀니지가 서민들이 들고 일어난 ‘생계형’ 시위라면 사우디는 지식인과 엘리트층이 중심이 된 ‘가치형 시위’라는 점에서 왕정이 전복되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사우디 민주화는 지난달 27일 학자와 재계 인사, 시민단체 활동가 132명이 국왕에게 △입헌군주제 전환 △선거를 통한 자문위원회(슈라위원회) 위원 선출 △구체적인 개혁 일정 제시 △여성의 정치 참여를 촉구하면서 촉발됐다.

복지 수준도 높다. 전 국민은 물론이고 외국인에게까지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으며 실직 산업재해 질병 출산 장애 노령 등 각종 보조금이 나온다. 교육도 역시 대학까지 공짜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달 23일 공무원 임금 15% 인상, 실업구제사업, 주택보조금, 해외유학 지원 등 무려 360억 달러(약 40조3200억 원)에 달하는 복지 혜택을 발표하며 선물보따리를 풀기도 했다.

정보 통제가 심하다는 점도 민주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힌다. 사우디 정부는 반이슬람적인 내용이 들어가는 사이트들에 대해 엄격한 검열과 통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사우디 전체 인구의 60%에 달하는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가 누렸던 복지 혜택에서도 소외되고 소수 왕족이 아니면 취업도 쉽지 않아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이 기사의 기획·취재에는 본보 아랍어 전문인턴인 빙현지 씨(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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