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지진 사망자 98명…추가 생존자 찾기는 어려울듯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4일 1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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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226명 여전히 매몰상태..총리 "믿을건 기적뿐"
한인 실종자 2명도 생사불명…현지상황 점차 정상화

규모 6.3의 강진이 덮친 뉴질랜드에서 24일 매몰자 구조작업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지만 더 이상의 생존자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암울한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지진의 사망자가 98명, 실종자 226명, 부상자가 2500여 명으로 현지 구조당국이 집계한 가운데 각국에서 모여든 구조대원들이 속속 현장에 투입돼 한명이라도 더 구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려 있는 수백명의 생존 신호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구조당국자들의 입에서도 생존자 구출에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존 리 뉴질랜드 총리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희망을 포기해선 안되지만 이제는 기적만이 그들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세계 곳곳에서 이런 규모의 재난이 발생했을 때 며칠 후에, 경우에 따라서는 몇주 후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스토리를 경험한 적이 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구조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독려했다.

●추가 생존자 기대 힘들 듯=
구조팀은 이날도 각종 장비를 총동원해 매몰자 수색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지진피해가 잦은 미국과 일본 구조팀은 탐지견과 각종 장비 등을 동원, 생존 신호를 감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희망은 점차 절망으로 변하고 있다. 구조팀은 무너진 한 교회 건물 밑에서 15시간 만에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긴급 출동했으나 정작 현장에 도착해서는 아무런 신호를 접할 수 없었다.

소방당국의 구조담당 조정관인 짐 스튜어트 블랙은 "구조현장 어떤 곳에서도 대화가 되는 매몰자가 전혀 없고 생존 신호도 전혀 없다"며 "최선의 경우를 기대하고는 있지만 최악도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인 실종자 유모씨 남매(오빠 24세, 여동생 21세)와 일본인 11명을 포함해 최대 120명 정도가 매몰된 것으로 알려진 캔터베리방송국(CTV) 붕괴현장에서도 이날 구조작업이 재개됐다.

탐지견 3마리와 함께 도착한 30여명의 일본 구조팀도 현장에 곧바로 투입돼 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인근에 있는 26층짜리 그랜드챈슬러 호텔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지진의 피해가 가장 컸던 상업지구에 구조작업이 집중된 가운데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그랜드챈슬러 호텔이 붕괴될 경우 도미노 현상을 불러오면서 구조활동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러셀 깁슨 경찰청장은 "생존자를 추가로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대만, 호주, 싱가포르, 미국 등에서 급파된 팀을 포함해 총 1000여명의 요원들이 생존자 구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어제의 감동 재현될까=
지진 발생 이틀째인 23일 한 여성이 담요에 덮인 채 건물 더미에서 빠져나오는 장면에 모든 사람이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이 여성은 지진으로 무너진 PGC 빌딩의 잔해 속에 파묻힌지 24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진동이 느껴질 당시 책상 아래로 몸을 피한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여동생인 샐리 보드킨-앨런은 "마치 기적같다. 매우 견고한 책상이었고 재빨리 그 밑으로 들어간 게 틀림없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지진 첫날 30여명이 구조된 것과 달리 이틀째는 생존자 숫자가 손꼽을 만큼 줄었고 대부분의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시간이 계속됐다.

한편 한국인 실종자는 유씨 남매 이외에 더 늘어나지 않았다. 유 씨 가족들은 이날중 한국 외교통상부 신속대응팀과 함께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100여 차례 여진 속 본격화되는 복구 작업=무너진 건물 60%에 대한 수색작업이 마무리된 가운데 피해 복구 작업도 본격화되면서 주민들의 생활도 조금씩 정상을 되찾고 있다.

특히 지진피해의 중심지였던 주요 상업지구에 복구작업이 집중됐다. 그러나 100여차례 이상의 여진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고 주요 도로의 통행이 어려운 것은 물론 부서진 상하수관에서 다량의 물이 아직도 분출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보험에 가입된 재산을 근거로 산출한 경제적 피해 규모가 1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미국 재난관리회사 '에어 월드와이드(AIR Worldwide)'도 강진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최소 50억뉴질랜드달러(4조2000억원)에서 최대 11억5천만뉴질랜드달러(9조6600억원)까지로 추산했다고 전했다.

추산된 경제손실 규모는 보험에 가입된 상업 빌딩과 주택의 피해 상황 및 영업을 못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손해 등을 산정한 것이다.

산정된 피해에는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재산의 피해는 포함되지 않아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키 총리는 피해규모 추산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지진 피해를 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번 지진피해를 맞아 내각 개편을 단행해 관련 각료들이 피해 복구에 전념토록 했다.

한편 지진 당일 폐쇄됐던 공항에서는 현재 국내선은 물론 국제선도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에어뉴질랜드는 2500여석의 추가 항공편을 편성해 크라이스트처치로 들어오거나 빠져나가는 여행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도심은 원활한 구조작업과 약탈 등의 방지를 위해 여전히 통제된 상태지만, 뉴질랜드 당국은 이날 중 도심 거주 주민들에 대한 귀가를 허용, 피해상황 등을 직접 확인하도록 할 방침이다.

상점과 주유소도 부분적으로 영업을 재개하기 시작했으며,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도 정상 작동되고 있다.

하지만 상수도 가운데 80%는 아직 복구되지 않아 시민들이 급수를 제한받고 있다. 전력망도 40%정도 복구되지 않은 상태며, 생필품 부족에 대비해 식료품 구입에 제한을 두는 곳도 있다.

그러나 호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온 자원봉사자 1만여명이 활동에 나선 만큼 시간이 가면서 상황이 호전될 전망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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