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위 유혈충돌]핏빛 이집트

경찰 발포 102명 사망… 무바라크, 부통령에 측근 임명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6일째 이어진 30일 이집트는 치안 부재 상황에서 극심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강경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와 충돌했던 경찰이 치안 유지 활동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카이로 시내 곳곳에서 약탈이 난무하고 있다.

시민들로부터 대표적인 부패집단으로 지목받고 있는 경찰은 시내에서 자취를 감춘 대신 군이 전면에 나섰다. 도심인 타흐리르 광장에서 밤을 지새운 200여 명의 시위대는 30일 오전 전열을 가다듬었고 다른 시위자들도 날이 밝으면서 광장 등으로 모여들어 낮엔 시위자 수가 1만여 명으로 늘었다. 탱크와 장갑차로 광장을 장악한 군은 통행금지 조치를 어긴 시위대에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군은 전투기를 동원해 카이로 시내를 저공비행하면서 시위대에 해산을 유도했다.

이번 시위로 30일 오후 현재 최소 102명이 목숨을 잃고 수천 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방송은 150명이 숨지고 4000여 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궁지에 몰린 무바라크 대통령은 29일 내각 해산을 선포하고 부통령직을 신설해 자신의 최측근이자 후계자로 거론돼 온 오마르 술레이만 정보국장을 부통령에 임명했다. 또 아흐마드 샤피크 전 항공장관을 총리로 임명해 새 내각을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무바라크 대통령이 30일 육군 군사작전센터를 방문함에 따라 그가 약간의 개혁조치를 취하면서 시위대에 강경 대응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위대는 부통령에 임명된 술레이만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카이로=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