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집권3년 투트랙 체제로

  • Array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국정은 클린턴 사단에, 대선은 시카고 사단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양대 엘리트 축은 클린턴 사단과 시카고 사단이다. 풍부한 행정경험이 필요한 내각의 각료직에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장차관을 지낸 ‘백전노장’들이, 오바마의 복심으로 통하는 백악관 참모에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 시절부터 동고동락했던 인사들이 주로 배치됐다. 그런데 집권 3년 차를 맞아 최근 체제 중간 정비에 나선 오바마 행정부는 ‘가신(家臣)’들은 재선캠프로 돌리고 국정운영은 주로 클린턴 사단에게 맡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14일 새 비서실장으로 브루스 리드 씨를 임명했다. 리드 실장은 1992년 클린턴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고 클린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정책담당 보좌관을 지냈다. 가장 치열한 당내 경선으로 기록된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선 힐러리 클린턴의 ‘두뇌’로 오바마 당시 후보 약점 공략의 선봉장을 자임했다.

백악관에서 경제정책 총괄 기능을 하는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에 최근 임명된 진 스펄링 씨도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금융규제 완화 작업을 실무적으로 주도했다.

향후 각료급 인사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들 역시 클린턴의 사람이 많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과 부장관을 지냈다.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 자리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스트로브 탤벗 브루킹스연구소 소장 역시 클린턴 정부 국무부 부장관 출신. 국무부 부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 역시 친클린턴 인사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 개국공신으로 불리는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과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오바마 재선 캠프 가동을 위해 조만간 백악관을 떠난다. 또 람 이매뉴얼 전 백악관 비서실장도 시카고 시장 도전을 위해 이미 사표를 냈다.

물론 이를 시카고 사단의 퇴조로 해석할 수는 없다. 이달 초 백악관 신임 비서실장에 오른 윌리엄 데일리 씨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상무장관을 지냈지만 아버지와 형이 시카고 시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양쪽에 다 한 발씩을 걸치고 있는 인물이다. 미셸 오바마 여사의 비서실장이 된 중국계 미국인 티나 천 씨도 시카고 변호사 출신이다.

물론 민주당과 공화당의 ‘회전문’ 인사 관행이 정착된 미국사회에서 전직 관료들의 중용은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8년 만에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탓에 대부분의 인재풀이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절 행정 경험을 가진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