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m높이 강물 쓰나미 호주 동북부 휩쓸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3일 03시 00분


두달째 폭우로 79명 사망-실종

“강물의 힘 앞에 공포와 두려움을 느낍니다.”

호주 제3의 도시인 동북부 퀸즐랜드 주의 주도 브리즈번의 캠벨 뉴먼 시장이 12일 시민들을 향해 한 말이다. 브리즈번 시민 200만 명의 눈은 속수무책으로 차오르는 브리즈번의 강 수위에 쏠려 있다. 이 강의 수위는 13일 관측사상 최고인 5.5m까지 차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4.5m이던 12일에도 벌써 군데군데 제방이 무너져 저지대가 잠겼다. 시 당국은 강이 만수위에 도달하면 약 2만 가구의 주택이 침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8만 가구 이상의 주택에 이미 전기공급이 중단됐고 상점에선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10일에는 브리즈번에서 서쪽으로 140km 떨어진 소도시 투움바가 홍수 피해를 당했다. 식수마저 부족할 정도로 늘 가뭄에 시달리던 이 도시에 시간당 수백 mm의 폭우가 쏟아져 제방이 붕괴된 것이다. 목격자들은 8m 높이의 거대한 수벽이 도시를 휩쓸고 지나갔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이를 ‘내륙 쓰나미’로 묘사했다. 이로 인해 12명이 사망하고 67명이 실종됐다. 물줄기는 하류지역인 브리즈번으로 향했다.

작년 11월부터 두 달째 퀸즐랜드 주의 하늘은 구멍이 뚫린 듯 비만 쏟아 붓고 있다. 이미 프랑스와 독일을 합한 면적(90만 km²)보다 더 넓은 지역이 홍수 피해를 봤다. 퀸즐랜드 당국은 주 면적의 4분의 3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요 석탄 광산과 방목지가 물에 잠기면서 홍수는 호주 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전문가들은 홍수로 호주가 입은 총손실은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130억 호주달러(약 14조3000억 원)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2005년에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로 입었던 손실 규모인 70억∼130억 달러를 넘는다고 AFP통신이 12일 전했다.

비구름은 퀸즐랜드와 인접한 뉴사우스웨일스 주까지 다가와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곳은 호주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한 지역으로 최대 도시인 시드니도 여기에 있다. 이번 호주 홍수는 라니냐 현상이 20여 년 만에 최고조에 이른 데다 지난해가 기록적으로 더운 해였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브라질에서도 12일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30여 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브라질 당국은 이날 리우데자네이루 인근 산간지대에 내린 폭우로 최소 31명이 사망해 이번 주 브라질 내에서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가 모두 44명으로 불어났다고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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