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애리조나 주 총기난사 사건. 그런데 이 말을 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이었다. 그는 2008년 연방대법원이 총기규제법안의 위헌 여부를 심리할 당시 적극적으로 총기 허용을 지지했다. 숨진 존 롤 연방지방판사 역시 “연방정부가 총기 소유자 신원을 조사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말한 바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모바일판은 10일 “이런 전력이 있다고 이번 사건이 자업자득이란 뜻은 결코 아니다”라며 “용의자 재러드 리 러프너 같은 이에게 총기가 허용되는 현 상황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총기 사고로 3만 명 이상 목숨을 잃지만 미국은 여전히 총기에 관대한 나라다. 애리조나 주만 해도 21세만 넘으면 누구나 허가 없이 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겪으며 정신이상자나 위험인물마저 손쉽게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현실은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프너는 2007년 마약소지 혐의로 체포됐으며, 급진사상과 불안한 정신 병력으로 몇 년 전부터 경찰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미국 역시 ‘잠재적 범죄자’의 총기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타임에 따르면 2007년 버지니아공대 참사 이후 미 행정부는 ‘범죄기록관리시스템(NICS)’을 개편해 집중 관리대상을 대폭 늘렸다. 이후 3년 동안 데이터베이스 추가 명단은 2배 이상 늘어 200여만 명에 이른다.
문제는 연방정부와 달리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주 정부가 많다는 점이다. 사고가 일어난 애리조나 주의 경우 NICS에 등록된 12만1700명이 거주하는데도 막상 주 정부는 4%도 안 되는 4465명만 관리대상에 포함시켰다. 심지어 루이지애나와 네브래스카, 펜실베이니아 주는 단 한 명도 조치하지 않았다. 미 최대 총기소지 반대단체인 ‘브래디 캠페인’의 폴 헬름키 회장은 “이번 사건은 애리조나 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총기난사 용의자 러프너 하지만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총기 허용론자의 태도는 여전하다. ‘애리조나시민방위연맹(ACDL)’의 창립자 찰스 헬러 씨는 “시민들이 더욱 무장해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은 “주 정부가 총기 소유를 허용하더라도 범죄 예방에 힘쓸 책임마저 저버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편 살인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러프너는 이날 머리를 짧게 깎은 채 피닉스연방법원에 출두했다. 법원은 혐의 인지 여부만 확인한 채 보석 없이 구금을 명령했으며, 다음 공판은 24일 열릴 예정이다. 투손의 애리조나대 의료센터에 입원한 기퍼즈 의원은 현재 손가락을 움직이며 의료진의 지시에 약간씩 반응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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