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당국, 항공편 30~50% 취소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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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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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반대 파업 엿새째… 상원, 법안 표결 내일이후로 연기

프랑스 정부의 연금개혁 입법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무기한 총파업이 19일로 6일째에 접어들면서 학교가 불에 타고 항공, 운송, 유류 공급 등 사회 전 분야로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격한 반발에 놀란 프랑스 상원은 이날 당초 20일로 예정됐던 연금개혁안 통과 표결을 목요일인 21일, 늦어지면 주말에라도 의회를 열어 처리하기로 했다.

19일 전국 200여 개 도시에서 파업과 가두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주말 상원이 20일에 연금개혁안을 표결 처리하겠다고 밝히자 노동계가 표결 전날 대규모 총파업으로 맞서기로 한 계획에 따른 것이다.

정유노조 파업으로 전국의 정유공장 12개가 모두 파업에 돌입하면서 공항과 주유소가 유류 부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유노동자들은 18일 시설 점거를 풀라는 당국의 명령에 반발해 파리 외곽 그랑퓌 정유소 앞에서 타이어에 불을 지르며 저항했다. 노동자와 지역 주민이 함께 인간 띠를 만들어 정유소 앞 시설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석유노조 측은 전국의 대형할인매장과 연계해 운영하는 주유소 4800개 중 1000개는 가솔린과 디젤 중 한 종류의 기름이 바닥 난 상황이라고 추정했다. 3주째 항만노조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마르세유 항에는 선박 입항이 봉쇄돼 유조선 수십 척이 발이 묶인 상태다. 항공 당국은 19일 국내선 위주의 오를리 공항에 항공편의 50%, 샤를드골 공항 등 나머지 공항에 30%를 각각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파업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학생들은 18일 곳곳에서 거리시위에 참여해 경찰과 충돌했으며 30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또 프랑스 서부 르망 시의 발뒤즌 중학교가 19일 새벽 불에 타 전소됐다. 방화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생 시위대가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또 파리 근교 낭테르에서는 고교생들이 거리에 세워진 차량에 불을 지르고 버스정류장을 파손했다. 일부에서는 화염병이 등장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내무부는 18일 최소 261개 학교가 휴업하거나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9일에는 대학 12개가 추가로 문을 닫았다.

17일 밤부터 시위에 동참한 트럭노동자들은 파리, 릴, 리옹 등 주요 도시 일대의 간선도로에 화물차를 끌고 나와 저속으로 운행하는 ‘달팽이 작전(operation escargot)’을 펴며 물자수송에 차질을 주고 있다. 프랑스 국영철도(SNCF)는 18일 초고속열차(TGV)의 운행이 절반 정도 취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리와 런던을 오가는 유로스타는 정상 운행되고 있다.

전국적인 항의와 상원 표결 연기에도 불구하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연금 개혁이 우려와 반대를 불러오리라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프랑스 노동계 파업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곤욕을 치렀다. 유럽의회 초청으로 1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를 방문하기 위해 오후 1시 30분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한 반 총장은 파업으로 국내선 항공편과 TGV가 파행 운영되는 바람에 2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결국 프랑스 외교부가 부랴부랴 마련해준 차량으로 목적지로 향했다. 그러나 언론과의 만남은 취소해야 했고 유럽의회 의장단과의 만찬도 1시간 이상 늦어졌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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