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억류 중국선장 석방]“굴복 외교” 비난여론 부글

동아일보 입력 2010-09-25 03:00수정 2010-09-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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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독자판단” 강조했지만… 국내 정치쟁점 불거질 듯
24일 오후 “일중관계를 고려하면 중국 선장을 계속해서 구속 수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석방 결정을 발표하는 일본 오키나와(沖繩) 현 나하(那覇)지검의 스즈키 도루(鈴木亨) 차장검사는 잔뜩 굳은 표정이었다. 일본 영해를 침범해 범법행위를 했으므로 국내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겠다던 그동안의 엄포가 무색한 발표였다.

일본 정부는 정치적으로 중국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검찰의 독자 판단’이었음을 거듭 강조했지만 언론이나 정치권, 일반 여론 모두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기자들의 집중적인 질문에도 “어디까지나 검찰이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고, 나는 보고를 받고 승인했을 뿐이다”고 버텼다. 그러나 이어 “일중관계는 매우 중요하므로 전략적 호혜관계의 내용을 충실히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해 정치적 고려가 있었음을 내비쳤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첫 외교작품이 중국에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으로 나타나자 야당과 여론은 비판 일색이다.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는 “외교를 고려하고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은 정부가 할 일이지 수사기관이 할 일이 아니다.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정치쟁점으로 삼을 방침임을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영해를 침범한 것이 명명백백함에도 중국의 압력에 정치가 굴복했다”며 “지극히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다함께 당’의 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 대표는 “명백한 외교적 패배에 말문이 막힌다”며 “간 총리의 약체 외교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공명당, 사회당 일부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만큼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며 석방 결정을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대세에 묻혔다. 여당에서도 검찰의 결정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었던 이달 7일 중국 어선을 나포하고 조사했던 일본 해상보안청에는 시민들의 격앙된 전화가 빗발쳤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시민들은 “명백한 영해침범 아니냐” “중국 어선이 고의로 순시선을 들이받았는데 석방이라니…”라며 중국과 일본 정부를 싸잡아 성토했다. 해상보안청 관계자들도 “우리는 충실히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고 석방 결정은 검찰이 한 일이니 비판할 일이 있으면 검찰에 하라”며 내심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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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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