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악몽 여전… 불안한 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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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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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투병력 완전 철수… 非전투병도 내년에 떠나… 美 “재파병 상황 안 오길”

19일 오후 1시 반(현지 시간) 이라크 주둔 제2보병사단 제4스트라이커 전투여단 사령부. 이 부대 사령관인 존 노리스 대령이 상기된 표정으로 장병들 앞에 섰다. 쿠웨이트로 전투여단의 장병들을 태우고 갈 수송기와 장갑차들의 엔진이 굉음을 울리고 있는 가운데 노리스 대령은 “귀하들이 지켜보고 있는 이 순간 ‘이라크 자유작전(Operation Iraqi Freedom)’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침공으로 시작돼 7년 5개월간 진행돼 온 이라크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전투병력이 최종 철군을 하는 시점이기도 했다. 날수로 치면 2707일 만이다.

제4스트라이커 전투여단은 최근 전체 병력 4000명의 절반은 항공편으로 철수시켰지만 나머지 병력은 이라크의 불안한 안보 상황을 감안해 이라크에 좀 더 머무르며 육로로 철수하겠다고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 주 루이스매코드 기지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 부대는 2007년 이른바 서지(Surge·병력증파) 작전에서 바그다드와 디얄라 주에 투입되는 등 여러 차례의 치열한 전투를 치르며 34명의 병사를 잃었다.

물론 이날 전투병력의 철군에도 불구하고 5만여 명의 미군 병력은 이라크에 남아서 이라크군의 훈련과 자문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미국은 2011년 말까지 모든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라크에서의 우리 군과 민간인들의 노력으로 이달 말 전투임무가 종료되고 우리 병력의 철수를 완료할 것임을 말씀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우리는 외교적인 노력을 배가해 이라크 국민들과 지속적으로 강력한 파트너십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전투임무 종료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우리가 정말 맞고 싶지 않은 것은 이라크에 다시 군대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에 대한 우리의 개입은 끝나지 않았다”며 “(미군의 전투임무 종료는) 어떤 것의 끝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의 전환”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라크의 치안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17일에도 이라크군 신병모집 건물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59명이 숨지는 등 미군 전투병력의 철군으로 생긴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라크 정치권은 3월 총선이 끝난 지 다섯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등 국내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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