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야쿠자-도박 ‘검은 삼각고리’…日 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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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에 티켓제공 적발이어
선수-지도자 65명 도박 연루
스모계 “대회취소, 자숙해야”

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가 폭력조직 야쿠자와 도박에 깊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요코즈나(橫網) 다음 등급인 오제키(大關)의 고토미쓰키(琴光喜)를 비롯한 스타 선수들과 현역 지도자 등 야구 도박을 했다고 시인한 29명에 대해 20일까지 소환 조사를 마치고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 밖에 마작과 돈내기 화투를 했다고 스모협회에 스스로 신고한 선수와 지도자도 36명에 이른다. 최소한 65명이 도박에 연루된 셈이다.

스모협회의 이사장과 이사들이 운영하는 스모 도장에서도 선수와 지도자가 도박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협회 집행부의 총사퇴가 거론될 정도로 스모협회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오노마쓰(阿武松)라는 유명한 도장의 경우 소속 선수의 절반인 10여 명이 도박에 연루돼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이들의 도박에는 야쿠자가 깊이 연관된 사실이 속속 드러나 더욱 충격적이다. 일본에서 야구 도박은 직장 내에서 중심인물 1명이 돈을 걷고 각 팀의 승패를 맞히는 식으로 곧잘 행해지는데, 이번 스모계의 야구 도박에는 야쿠자가 중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고토미쓰키는 야쿠자로부터 입막음 대가로 금품을 내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고토미쓰키가 야쿠자 측과 금품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인 장소엔 현역 스모 지도자 2명이 동석했을 정도다.

지난달에도 스모계는 현역 지도자가 지난해 5월 나고야(名古屋) 대회에서 야쿠자 조직 간부 55명에게 경기장 특별석 표를 제공하는 등 오래전부터 조직폭력배와 유대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나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올 2월엔 최고의 스타선수였던 몽골 출신 요코즈나 아사쇼류(朝靑龍)가 음주폭행 사건에 휘말려 사실상 스모계에서 강제 퇴출됐다.

파고들수록 스모와 야쿠자(폭력), 도박 간의 삼각 고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폭넓고 뿌리 깊은 것으로 드러나자 스모계에선 다음 달 열릴 예정인 나고야 대회를 열지 않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1년에 여섯 차례, 매 홀수 달에 열리는 정기 대회가 스모계의 내부 잡음으로 건너뛴 것은 1957년 현행 제도가 정착된 이래 한 번도 없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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