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진속 감독은 ‘가짜’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7일 03시 00분


1951년 伊 베니스영화제 대상 日 ‘라쇼몽’ 수상때…
구로사와 감독은 日서 낚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일본 영화계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1910∼1998·사진) 감독이 1951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라쇼몽(羅生門)’으로 대상인 금사자상을 수상했을 때 영화제에 참석했던 사진은 본인이 아니라 대역이었다고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권위 있는 국제영화상을 처음 받은 구로사와 감독은 이 상을 수상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감독으로 올라섰다.

지금도 베니스 비엔날레 사무국에 보관돼 있는 이 사진은 ‘구로사와’가 영화제 관계자들과 함께 라쇼몽을 보러온 관객들과 악수를 하는 장면으로, ‘일본 대표’라는 사진설명이 붙어 있다. 그러나 구로사와는 당시 이탈리아에 가지 않았고 영화 라쇼몽의 관계자 누구도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황한 영화제 주최 측이 급한 김에 베네치아 시내를 뒤진 끝에 동양인처럼 생긴 사람을 아무나 데려와 구로사와 대역을 맡겼다.

당시 일본에서는 국제영화제에 대한 인식이 낮아 상을 받으러 멀리 외국까지 간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수상 소식을 들은 영화제작사 사장은 “그랑프리, 그게 뭔데?”라고 되물었고, 구로사와는 낚시를 하러 갔다 돌아와 아내로부터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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