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총기살해범이 영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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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일부 누리꾼들 “기쁜소식” 범행 칭찬
빈부격차 등 불만 ‘묻지마 범죄’ 잇따라

“당신은 영웅.” 1일 중국 지방도시에서 발생한 법관 살해사건을 두고 누리꾼들이 살인범을 칭찬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가 빈발해 사회불안이 깊어지고 있다.

1일 오전 후난(湖南) 성 융저우(永州) 시 링링(零陵) 구 지방법원에서 현지 우체국 보안대장인 46세의 주쥔(朱軍) 씨가 기관총 1정과 권총 2정을 난사해 법관 2명과 법원 서기 1명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범인 주 씨는 범행 직후 총을 사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3년 전 이혼한 뒤 전처와 재산을 놓고 다퉜으며 법원의 판결이 불공평하다며 법정에서 큰 소란을 피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희생된 법관들은 그의 이혼소송을 직접 관여한 사람들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공안은 그가 보복심리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이 사건에 박수를 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포털사이트 중 하나인 왕이(網易·163.com)의 관련 뉴스에는 1일 댓글 7000개가 달렸는데 ‘너무 기쁜 소식이다’ ‘당신은 영웅’ 등 범행을 칭찬하는 내용이 많았다고 홍콩 밍(明)보는 2일 전했다. 중국 선전부는 1일 오후 인터넷업체들에 관련 소식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北京)이공대 교수는 “국민들은 오랫동안 사법시스템이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가져왔다”며 “상소도 소용없고 시위도 금지돼 배출구가 없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또 1일 새벽 헤이룽장(黑龍江) 성에서 운행 중이던 한 열차에서 40대로 보이는 여자 승객이 아무 이유 없이 잠자는 승객 9명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4, 5월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어린이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는 범죄가 잇따랐다. 일부 누리꾼이 법원 살인사건을 이 사건과 비교해 “마침내 (보복) 장소를 제대로 잡았다”는 식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중국 및 홍콩의 전문가들은 대륙의 심한 빈부격차와 법 미비 등으로 사회불만이 커지고 있으나 해소방법이 없는 사람들이 충동적으로 참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폭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베이징 시는 5월 중순부터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2km 떨어진 시 중심부에 ‘심리건강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이다. 다양한 설비를 갖추고 전문가들이 무료로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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