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티’에 찍히면 ‘11월 파티’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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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앞두고 조직적 낙선운동
3선 상원의원 당내경선서 첫 탈락
美정치권 물갈이 ‘태풍의 눈’ 부상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성 정치권의 물갈이를 주장하는 보수 성향의 티파티 운동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유타 주 3선 연방 상원의원 로버트 베닛(76)은 8일(현지 시간)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후보 지명에 실패했다. 18년 동안 상원의원을 지낸 베닛 의원은 4선을 노렸지만 공화당 내 이념 싸움에 처음으로 희생된 현역 의원이 된 것이다.

전국티파티조직의 풀뿌리담당 국장인 브렌던 스타인호이저는 “티파티운동은 이제 미국 정치의 중심이 됐다”며 “단순한 정치 저항운동이 아니라 선거를 좌우하는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고 자평했다. 티파티조직은 베닛 의원을 떨어뜨리기 위해 현장에 부스까지 설치하고 조직적인 낙선운동을 펼쳤다.

이날 경선에서는 후보 지명에 필요한 60% 이상 득표자가 없어 베닛 의원을 제외한 1, 2위 후보가 다음 달 22일 결선투표를 치러 공화당 후보를 뽑기로 했다. 두 후보는 변호사인 마이크 리와 사업가 팀 브리지워터로 모두 티파티 조직원들이 밀고 있다.

전국티파티조직이 베닛 의원을 떨어뜨리기로 한 것은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도한 구제금융법안에 그가 찬성한 데다 최근 민주당이 주도하는 건강보험개혁법안에도 찬성하는 등 초당적인 의정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상원의원을 두 번 이상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 2004년 3선에 도전한 경력도 흠이 됐다.

베닛 의원이 이날 연설할 때 티파티조직원들은 ‘TARP! TARP! TARP!’를 외치며 야유하기도 했다. TARP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roubled Assets Relief Program)으로 2008년 여름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월가에 준 것을 뜻한다.

베닛 의원은 낙선 후 “내가 의회에서 행사한 표가 열악한 분위기를 더욱 자극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날 승리를 얻은 전국티파티조직은 여세를 몰아 보수성향이 강한 켄터키 주에서도 현역 의원을 물갈이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티파티운동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후보를 밀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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