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너무 다른데… 英 보수-자민 손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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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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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머런-클레그 주말 비밀회동 후 연정협상 본격화브라운총리는 2순위로 밀려나비례대표제-EU관계 조율 난항캐머런 “실패땐 소수정부 구성”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단독 집권이 힘들어진 영국의 주요 정당이 9일 휴일도 잊은 채 연정 협상을 벌였다. 6일 총선에서 제1당에 오른 보수당과 3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연정 협상에 성공한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영국에서 연정이 들어선다.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와 닉 클레그 자민당 당수는 8일 70여 분간 비밀 회동을 가졌다. 양측은 “건설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9일에도 분야별로 4개 팀으로 나눠 2차 회동을 가졌다.

2당으로 처진 집권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연정 협상의 우선권을 쥐지 못했다. 영국은 지금처럼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나오지 않은 1974년 총선에서 집권당 총리가 2당으로 밀려났음에도 우선적으로 연정 협상을 주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연정 대상자인 자민당의 클레그 당수가 7일 개표 결과가 나온 뒤 “가장 많은 의석과 표를 획득한 정당에 정부를 구성할 우선권이 있다”면서 보수당과 먼저 협상에 착수했다. 브라운 총리는 선거 직후 “보수당과 자민당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때 노동당이 자민당과 협상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현재 공개적으로 협상을 벌이는 것은 보수당과 자민당이지만 두 정당은 선거제도 개혁, 유럽연합(EU)과의 관계 등에 있어 견해차가 크다. 총선에서 23% 득표율을 기록하고도 의석수는 전체의 8%를 차지하는 데 그친 자민당은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을 연정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편은 향후 보수당의 집권을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보수당으로서는 수용하기 쉽지 않다. EU와의 관계에서도 자민당은 EU 합중국론을 꿈꿀 정도로 적극적이지만 보수당의 경우 EU 법령이 영국의 주권과 자율성을 위협한다며 통합 자체에 회의적이다. 보수당은 이민 정책 완화, 국방력 축소 등에도 반대하고 있어 자민당과 충돌하고 있다.


보수당이 자민당과의 협상에 실패하면 노동당이 자민당과 연정 협상을 할 수 있지만 두 정당의 의석수를 합해도 과반이 안돼 다시 군소정당을 끌어들여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게다가 유권자들은 노동당이 집권당으로 남길 원하지 않는다. 8일 유거브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가 브라운 총리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캐머런 당수는 연정 협상이 실패할 경우 군소정당과 함께 소수당 정부(minority government)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보수당 중심의 소수당 정부가 좋은 평가를 얻으면 곧 조기 총선을 실시해 과반 의석 확보를 모색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는 벌써부터 올해 말이 되기 전에 선거가 다시 치러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선거 전문가인 옥스퍼드대의 데이비드 버틀러 씨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연정에 필요한 타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선거가 곧 다시 치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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