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 오자와 ‘흔들’…日 ‘5월 정국’ 빅뱅 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9일 03시 00분


하토야마 총리
후텐마문제 5월말 시한…해결 가능성 제로 수준

오자와 간사장
정치자금 재수사에 발목…퇴진 여론도 70% 넘어

둘 중 한 사람만 물러나도 동반 퇴진 → 정계 개편

일본 민주당 정권이 정치자금과 후텐마(普天間) 문제로 벼랑에 몰렸다. 시민검찰로 불리는 검찰심사회가 27일 정권의 대주주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결정한 데다 후텐마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 해결 시한이 1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왔기 때문이다. 검찰심사회 결정은 오자와 간사장의 정치생명을 위협하고 있고 후텐마 문제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사임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정권 쌍두마차의 진퇴가 한꺼번에 긴급 현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 동시폭발 가능한 두 악재

정치자금이나 후텐마 모두 민주당으로선 속수무책이다. 두 사람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대해 대다수 국민은 이들의 해명을 믿지 않고 있다. 후텐마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최근 미일 기존 합의대로 오키나와(沖繩) 현 나고(名護) 시 헤노코(邊野古) 연안부로 이전하되 헬기부대는 가고시마(鹿兒島) 현 도쿠노(德之) 섬으로 옮기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지 주민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미국은 여전히 기존 합의안 수정에 부정적이어서 5월 말까지 양측의 동의를 얻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 정권이 정치자금과 후텐마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동안 지지율은 정권 출범 당시 70%대에서 7개월 새 20%대로 3분의 1토막 났다. 지지율 하락은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의 ‘돈’ 문제가 첫 원인을 제공했고, 작년 말부터 후텐마 문제가 겹치면서 속도가 붙었다. 정치자금 문제에 책임을 지고 오자와 간사장이 퇴진해야 한다는 여론은 70% 이상이고 후텐마 문제를 5월 말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하토야마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은 50%를 넘는다. 한마디로 여론은 정권 투 톱이 물러나라는 거다.

민주당 정권엔 시간이 많지 않다. 7월엔 정권의 중간평가 격인 참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정권 내부에서 위기감이 분출하는 이유다. 당 원로인 와타나베 고조(渡部恒三) 전 중의원 부의장은 “하토야마 총리가 결단하라”며 간사장 경질을 요구했다. 상당수 의원이 심정적으로 이에 동조하고 있다. 당장은 오자와 간사장이 사임론을 일축하고 있지만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추가로 급락하고 많은 의원이 동요할 경우 계속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 5월이 최대 고비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은 ‘패키지’다. 하토야마 총리는 오자와 간사장의 지지를 전제로 총리 직을 유지하고 있고 오자와 간사장은 하토야마 총리를 바람막이 삼아 정권을 뒤에서 움직인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버티기 힘든 구조다. 오자와 간사장이 기소되거나 하토야마 총리가 1개월 안에 후텐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 중 하나만 현실화해도 동반퇴진의 위기가 닥치는 것이다. 일단 5월 말이 최대 고비다. 하토야마 총리 스스로 “후텐마 문제에 직을 걸겠다”고 공언했지만 해결 전망은 밝지 않다. 5월엔 정권 운영의 위험수위라는 지지율 20%대마저 깨질 수 있다.

검찰심사회의 ‘기소’ 의결에 따라 검찰이 재수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기간은 최대 3개월로 참의원 선거 전후와 맞물린다. 검찰이 선거 때까지 결정을 미루며 시간을 끌든, 다시 불기소 결정을 내리든, 검찰심사회의 의결을 수용해 기소 결정을 내리든 반(反)오자와 여론은 들끓을 게 뻔하다. 정치자금과 후텐마가 최대 쟁점이 될 게 뻔한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정권 투 톱이 간신히 5월 말을 넘기더라도 참의원 선거라는 진짜 싸움판의 전망이 어두운 것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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